[책마을] 식탁에서, 산책에서…매일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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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여행
순하고 따뜻한 문체와 이야기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 그의 새 에세이 《매일이, 여행》이 번역 출간됐다.
요시모토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밥상 앞에서도, 차가운 겨울밤 어느새 느껴지는 봄 내음에서도 기어이 행복을 찾아낸다.
“식탁은 오늘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같은 것이다. 그려진 그림은 그날 중에 사라져 버리지만, 식탁을 함께한 사람들 머릿속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새겨진다.”(160쪽)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도 묵직한 울림을 건져 올리는 그의 단상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지난 일상을 되돌아보며 행복거리를 찾게 된다.
12년간 키우던 개가 죽던 순간을 기록한 글도 인상 깊다. 목줄이 버거울 만큼 허약해진 개가 어쩐지 산책하러 가자는 표정을 짓자, 애써 나갔지만 30m쯤 걷더니 개는 더 이상 오도 가도 못한다. 헉헉거리며 주인을 올려다보는 개를 바라보며 요시모토는 울면서 말한다. “그래, 우리 같이 산책했던 거, 평생 잊지 않을게.”(277쪽)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47개의 글은 각각 3~5장짜리로 쉽게 읽힌다. 그러나 ‘삶에서 결국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로지 추억만이 온전한 내 소유’라는 요시모토만의 성숙한 철학만큼은 무게 있게 다가온다.(김난주 옮김, 민음사, 304쪽, 1만3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요시모토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밥상 앞에서도, 차가운 겨울밤 어느새 느껴지는 봄 내음에서도 기어이 행복을 찾아낸다.
“식탁은 오늘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같은 것이다. 그려진 그림은 그날 중에 사라져 버리지만, 식탁을 함께한 사람들 머릿속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새겨진다.”(160쪽)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도 묵직한 울림을 건져 올리는 그의 단상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지난 일상을 되돌아보며 행복거리를 찾게 된다.
12년간 키우던 개가 죽던 순간을 기록한 글도 인상 깊다. 목줄이 버거울 만큼 허약해진 개가 어쩐지 산책하러 가자는 표정을 짓자, 애써 나갔지만 30m쯤 걷더니 개는 더 이상 오도 가도 못한다. 헉헉거리며 주인을 올려다보는 개를 바라보며 요시모토는 울면서 말한다. “그래, 우리 같이 산책했던 거, 평생 잊지 않을게.”(277쪽)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47개의 글은 각각 3~5장짜리로 쉽게 읽힌다. 그러나 ‘삶에서 결국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로지 추억만이 온전한 내 소유’라는 요시모토만의 성숙한 철학만큼은 무게 있게 다가온다.(김난주 옮김, 민음사, 304쪽, 1만3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