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CEO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산업 현장 이슈 및 대응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 윤인섭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센터(EDRC) 교수, 조기홍 바커케미칼 코리아 공장장, 윤준헌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사고예방심사과장, 박종훈 NCN 회장,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 신현욱 에쓰오일 수석부사장, 김동섭 UNIST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울산=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산업안전 CEO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산업 현장 이슈 및 대응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 윤인섭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센터(EDRC) 교수, 조기홍 바커케미칼 코리아 공장장, 윤준헌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사고예방심사과장, 박종훈 NCN 회장,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 신현욱 에쓰오일 수석부사장, 김동섭 UNIST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울산=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산업안전 이슈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지난 19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산업안전과 4차 산업혁명 CEO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안전관리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휴먼에러 등 안전 관리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와 윤인섭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센터(EDRC) 교수가 ‘이 시대의 안전인 자세’와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산업안전의 변화와 대책’을 주제로 발표한 데 이어 박종훈 NCN 회장이 좌장을 맡아 5명의 패널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

“산업재해율은 2003년 이후 감소했지만 사고사망만인율(연간 근로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은 0.53(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두 배, 일본의 네 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휴먼에러)을 최대한 보완해줄 스마트 장치가 필요하다. 안전보건시스템 구축을 통해 스스로 진단하고 환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을 감소시키고 보완해 줄 장치로서 안전전문가 몇 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 관련 조직, 안전경영체제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훈련과 교육을 반복해 위험원과 위험상황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안전 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런 변화의 시대에 맞는 안전보건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주는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며 근로자는 안전보건매뉴얼,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등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윤인섭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센터(EDRC) 교수


“대형 플랜트산업에서의 안전 문제는 재질, 구조, 센서 기기 오작동, 안전장치 미작동, 유지보수 작업자 오류 등 설계, 제작, 시공, 운전, 유지보수, 인적 요소 등 다양한 사고 원인이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 문제는 안전만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되며 시스템 및 관리 차원에서 분석, 해결책을 찾아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AI, 빅데이터, IoT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실제 플랜트와 같은 사이버 플랜트를 구성하면 실시간 대응 시나리오와 안전대피 계획을 수립해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래의 안전팀은 설계, 운전, 유지보수와 관련해 안전 이슈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조직 구조도 종합적인 시스템(설계, 운전, 품질, 안전 보건, 환경 시스템)을 중추에 두고 각 부문이 전문성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글로벌 안전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종합적 설계, 분석 훈련을 받는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조기홍 바커케미칼코리아 공장장

“울산은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중대 산업 사고 발생 시 사업장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회사 및 주민들까지 위험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기업 간에 안전 문화 수준 차이가 심하고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단속 및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산업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기업체에서도 자율 안전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윤준헌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사고예방심사과장


“화학안전 분야는 오랜 기간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위험물, 유해화학물질, 식품, 의약품, 농약, 고압가스, 작업유해물질 등으로 구분한 후 각 부처에서 정부 주도로 안전관리 제도를 운용해 왔다. 이런 관리는 개별 부처의 목적과 지향점에 맞춰 해당 물질을 관리하게 되면서 반대급부로 상당수 물질이 중복 규제되거나 서로 엇박자가 날 개연성이 높다. 화학물질 특성에 따른 제도를 관리 특성에 따른 제도로 재편성하는 것을 포함해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기술 혁명의 시대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고민해야 한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


“4차 산업혁명은 안전보건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안전보건 분야 대응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과거 제조업, 대기업 중심의 법체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용하기가 매우 힘들다. 산업안전보건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도입에 맞춰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개정도 필요하다.”

신현욱 에쓰오일 수석부사장

“산업 현장의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시설 투자 및 개선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생각, 태도, 관습, 행동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관리하는 등 산업안전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에쓰오일은 압축기 등 주요 공정 내 회전기기에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찾아내고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산업안전 분야에 조기 도입하려면 투자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와 빅데이터 통합관리, 적용 기술의 표준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동섭 UNIST(울산과학기술원)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과연 기술적 진화로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가? 안전에 대한 핵심은 안전이 우선순위(priority)가 아니라 가치관(value)으로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이 우선순위로 남아있는 한 기업이나 일상에서의 사고 위험도는 높아지며 안전이 개인이나 기업에 가치로 존재하면 안전도는 점점 높아진다. 사고 잠재성은 주위에 항상 존재한다. 안전이 무의식 속의 가치로 자리 잡을 때까지 훈련과 의지가 필요하다. 작은 행동 방식의 변화가 마음가짐의 변화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서는 안전에 대한 큰 틀의 자세 변화로 이어진다.

정리=울산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