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을 청와대 안으로 들여보낸 사람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59·사진)이다.

전 수석은 페이스북에 “야당 의원 시절 청와대를 항의 방문할 때마다 문전박대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날씨도 나빠 최대한 예우하는 마음으로 한국당 의원들을 영빈관으로 모셨다”고 전했다.

전 수석은 여소야대인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와의 소통 창구를 맡고 있다. 그의 말처럼 “구두 축이 빠질 정도로” 국회를 누비고 있다. 협치(協治)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론 파악 등 고도의 정치적 판단 역시 정무수석의 몫이다. 술을 거의 못하지만 소탈한 성격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평이다.

대표적 의회주의자로 꼽히는 전 수석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당내 강성파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당시 여당과 유의미한 여러 협상을 성사시켰다.

이런 전 수석도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국회 인준이 부결될 때는 큰 비애를 느꼈다고 한다. 전 수석은 “그동안 야당과의 소통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며 “그날만은 (여의도를 잇는) 마포대교를 건너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그날 오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만남을 취소했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으로 잠시 한숨 돌린 전 수석은 또다시 높은 협치의 벽에 부닥쳤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만찬 회동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불참하겠다고 버티고 있어서다.

전 수석은 3선 의원(서울 동작갑) 출신인 정치 베테랑이다.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 30여 년을 민주당에 몸담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책기획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이런 경륜과 중량감 덕분인지 문재인 정부의 첫 정무수석에 임명되자 의외라는 평이 나왔다. 임종석 비서실장(51)보다도 여덟 살 많다.

전 수석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나이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충남 홍성 출신인 전 수석은 서울 휘문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