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1000개 공장
스마트팩토리로 전환 계획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출범
산·학·연 손잡고 '디지털 혁명'
경북 성주산업단지에서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S사는 ‘예지정비’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사에 공급한 로봇 제조 라인을 사이버물리시스템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교환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설비에 비정상적인 패턴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해 부품을 미리 교체하는 서비스다. 큰 고장을 예방하는 스마트 서비스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업과 서비스업 융합 및 업종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 기계설비산업협회가 2015년 기계 및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을 조사한 결과 매출은 기계 판매가 80%, 판매 후 서비스가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익은 판매 후 서비스가 60%, 제품 판매가 40%로 서비스가 기업 이익 창출에 더 중요한 요소로 변했다.
경북 영천의 자동차 부품업체 H사는 2011년 이후 무려 5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팩토리화를 진행했다. 투자 4년 만에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불황인데도 올해 매출이 2011년에 비해 200억원 늘 전망이다. 직원도 해마다 5%씩 늘고 있다. 공장이 깨끗해지고 첨단화하면서 생산직을 기피하던 경향도 사라졌다. 540여 개 기업 스마트팩토리로 전환
국내 독일 전문가들은 독일 4차 산업혁명의 대명사가 된 인더스트리 4.0에 관해 쓴 책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귀환》에서 “사이버물리시스템이 없는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라 할 수 없고, 스마트팩토리가 없다면 인더스트리 4.0이 아니다”고 말했다. IBCA와 스마트팩토리를 들고 나온 경북형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북도는 경북창조경제센터와 함께 2014년부터 제조기업의 스마트팩토리화를 특화 산업으로 추진해 올해 말까지 540여 개 제조공장에 보급을 완료한다. 2020년까지 1000개 보급이 목표다. 광역단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빠르다.
과거 구미전자산업단지, 포항의 철강단지, 영천 경산 경주의 자동차부품 산업은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국내 제조업의 생산기지 이전, 원천기술 부재에 따른 기술 종속 심화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을 드리우고 있다. 구미 포항 경산 영천 주요 기업의 딥체인지가 없으면 위기에서 헤어날 수 없다. 경북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은 바로 이 같은 심각한 위기 진단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제조국들은 다양한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조업 미래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은 ‘AMP(선진제조파트너십) 전략’을 통해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와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통해 사물인터넷 기반의 CPS 기술의 제조업 접목을 추진해 제조업 원천 경쟁력 강화와 세계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경북도는 2014년 이후 이런 변화 트렌드를 읽고 준비한 끝에 올해 초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경북형 전략인 ‘스마트인더스트리@경북 플랫폼 전략’을 마련했다. 김관용 경북지사, 우병윤 경제부지사, 박성수 전 창조경제산업실장, 송경창 창조경제산업실장 등 경제 라인과 김장주 부지사, 안병윤 기획관리실장 등 기획 라인이 정부, 국회, 기업,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의 석학들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경북의 미래 산업을 고민하고 발로 뛰며 준비해온 결과다.
김관용 지사는 지난 1월7일 경북도 확대간부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무장 특명을 내렸다. 12년간 현장 중심의 혁신을 강조해온 경북의 리더가 내린 ‘마지막 주문’이었다. 김 지사는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가 꺾였고, 주력 산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 앞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학계 전문가와 체계적 로드맵을 수립할 것도 촉구했다.
경북의 4차 산업혁명 대비 전략이 눈에 띄는 점은 철저히 현장형이라는 점이다. 경북도는 사흘 뒤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경북도 창조산업실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선도기업을 분야별로 방문하면서 현장 중심의 대응전략을 준비했다. 경북도와 관계기관이 워크숍을 열고 경북 연구개발(R&D)기관 협의회를 발족해 분야별 전략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출범
5개월간의 전략모색 결과는 경북도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출범으로 결실을 맺었다. 경북의 비전과 추진 전략이 구체화됐다.
경북도는 5월29일 김도연 포스텍 총장, 신동우 나노 대표 등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 63명과 지역 R&D 기관장, 시·군 부단체장 등 120여 명이 참석해 경북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지자체 최초로 마련한 민관 협력 플랫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통과시켰다. 정부보다 3개월가량 빠른 경북도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이었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는 경북도가 디지털 혁명이라는 대변화를 선도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지역 글로벌 기업, 벤처기업, 대학과 연구소, 지자체가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스마트 제조, 스마트 모빌리티, 바이오헬스, 첨단신소재, 지능형 로봇, 차세대 에너지 등 6개 분야로 나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경북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구축, 인공지능 기술 실용화, 스마트 공정을 연계한 탄소복합재 부품 상용화 등 5개 과제에 20개 기관(산업계 15곳, 학계 한 곳, 연구소 4곳)이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제조 역량이 뛰어난 중소·중견기업과 아이디어와 혁신성이 뛰어난 벤처기업 간 네트워크형 협력 모델을 만들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퍼스트 펭귄(시장을 선도하는 사업가)’ 육성에 닻을 올렸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