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가상화폐 채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 가상화폐 채굴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SBI홀딩스 등 온라인 증권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가상화폐 채굴사업 참여 계획을 굳혔다. 이달 초 GMO인터넷과 DMM닷컴 등이 가상화폐 채굴사업 참여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SBI홀딩스와 마넥스그룹이 시장 진입 방침을 확정한 것이다.

SBI홀딩스는 채굴 전문회사 SBI스크립트를 설립해 전기요금이 싼 해외에 채굴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GMO인터넷은 100억엔(약 1000억원)을 투자해 북유럽 지역에 채굴 전문시설을 설치하고, 채굴 전용 컴퓨터를 자체 개발해 내년 상반기 비트코인 채굴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DMM닷컴도 100억엔 규모의 설비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가상화폐 채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값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투기자본이 가상화폐 시장에 대거 유입돼 관련 시장이 급팽창했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뿐 아니라 결제, 자금 조달 등 가상화폐의 용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온라인 증권사들은 상당수 일본 외환거래 투자자가 가상통화를 활용하는 현실을 고려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설립해 가상화폐 채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을 중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소외되면서 관련 시장 운용과 규칙 제정에서 중국 측 입김이 강해지고 일본은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월 비트코인 거래시장 분열 등 큰 변화의 시기에 일본 기업들은 발언권이 거의 없었다”며 “비트코인 채굴에서도 일정 비율 이상을 일본 업체가 차지해 발언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