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없이도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주범인 하늘소를 잡는 친환경 기술을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했다.

서울대는 박일권 산림과학부 교수연구팀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북방수염하늘소의 수컷 페로몬을 이용해 암컷을 잡아 번식을 억제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북방수염하늘소 수컷과 암컷의 몸에서 나오는 휘발성분을 분석해 수컷만이 페로몬의 일종인 ‘모노카놀’을 발산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추출한 모노카놀에 에탄올, 알파피넨, 입세놀 등을 배합해 강력한 하늘소 유인제를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유인제를 해충 포획틀에 넣어 강원 홍천의 소나무숲에 한 달간 둔 결과 200여 마리의 하늘소가 잡혔다. 함께 설치한 유인제가 들어 있지 않은 포획틀에 잡힌 하늘소는 6마리에 그쳤다. 포획된 하늘소 중 약 75%가 암컷이었다. 박 교수는 “알을 낳는 암컷을 집중적으로 잡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하늘소 개체 수를 줄여 나가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 소나무의 양분 이동통로를 막아 말라죽게 해 일명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병이다. 전국적으로 이 병에 걸린 소나무는 99만 그루(4월 기준)에 달한다. 산림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들인 예산만 1032억원, 하루 평균 4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곤충페로몬 관련 국제학술지인 화학생태학회지(Journal of Chemical Ecology) 2017년 7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국립산림과학원, 벤처기업 케이아이피와 공동으로 개발한 방제기술은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