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아베 인도적 지원 난색"
청와대 "사실 아니다…의도적 왜곡"
"한국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 지원"…문 대통령, 트럼프와 회담서 합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한 듯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배석한 우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의도적 왜곡이 있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이어 “이 같은 형태가 한·일 간 우호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日 언론 사실 왜곡”
윤 수석은 “한 일본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찬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북한을 봉쇄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아베는 힘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며 “정상 간 만남에서 대화 내용은 공식브리핑 외에 언급하지 않는 게 외교 관례인데도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계속 보도되고 있는 것은유감”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대응 방안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아베 총리는 오찬 겸 정상회의를 하고 “북한을 상대로 제재와 압박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굳건하고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간단히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핵추진 잠수함 거론
이에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간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 등을 통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하기로 했다”며 “북한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는 데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최첨단 군사자산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잠수함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이란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전략무기를 언급할 수는 없다”며 “오늘은 원칙적 합의이고 미국 내 어떤 규제가 있는지 타진해본 뒤 실무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회담 시작 전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대단히 개탄스럽고 또 우리를 격분시켰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개탄스럽다(deplorable)’는 단어를 사용해 기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단어는 나와 수많은 사람에게 행운의 단어였다”고 말해 미국 측 배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운의 단어’라고 말한 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 단어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을 가리켜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이라는 비하적 표현을 썼다가 역풍을 맞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이와 관련,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을 건네준 것이었다”고 평했을 정도다.
조미현/뉴욕=손성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