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이 판교 본사에서 ‘미량흡광측정장비’의 수출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이 판교 본사에서 ‘미량흡광측정장비’의 수출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판교 세븐벤처밸리에 있는 마이크로디지탈(사장 김경남) 회의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세계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도 위엔 색색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아시아 유럽 북미 중남미 곳곳에 붙은 이 스티커는 이 회사의 대리점을 의미한다.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 선진국도 들어있다. 김경남 사장(49)은 “최근 3년 동안 해외대리점을 2배로 늘려 30여 개로 확대했고 앞으로 3년 내 100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바이오·메디컬·환경 관련 측정 및 분석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김 사장은 “우리는 평균 2년에 3개꼴로 신제품을 개발한다”며 “이 중 대부분이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이다. 김 사장은 “우리가 국산화한 제품의 품질은 선진제품에 뒤지지 않는 데다 가격은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를 무기로 외국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에 국산화한 장비 중 대표적인 게 ‘미량흡광측정장비(UV Visual Nano Spectrophotometer)’다. 그는 “최근 바이오메디컬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수많은 기술과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그중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적인 유전자, 단백질, 세포 등에 대한 연구는 이 산업에서 필수요소”라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미세광측정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미량흡광측정장비(제품명 Nabi)는 유전자 분석, 단백질 정량, 세포 농도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 수요가 많지만 기술개발이 어려워 해외에 의존해오던 제품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해 개발한 미량흡광측정장비로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사장은 “외국산에 비해 성능은 비슷하고 가격은 절반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여러 사용자들을 만나보며 실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이런 노력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 국내 기업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지난해 중동, 동남아 등지로 진출했고, 올해 미주 및 유럽 등 20여 개국에 100여 대를 팔았다. 김 사장은 “앞으로 외국제품의 성능을 뛰어넘는 기술 개발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수출증대는 물론 국내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반기술을 이용해 바이오메디컬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 에너지 등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이 2002년 창업 후 20여 건의 신제품을 개발한 데는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자’는 김 사장의 철학이 작용했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중퇴하고 미국 버클리대(학사)와 노스웨스턴대(석·박사)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원과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에서 개발부장을 거쳐 창업했다.

연봉도 많이 받는 세계적인 업체에 몸담고 있으면 편안하게 지낼 만도 하지만 그는 ‘내 사업’에 도전했다. 전체 직원 중 70%가 넘는 직원이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전자발현 발광측정장비(LuBi)’ 등을 개발했고 그동안 따낸 특허는 20건에 이른다. 국내에선 서울성모병원 을지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김 사장은 “바이오와 메디컬, 환경 관련 측정장비는 차세대 먹거리이지만 아직 핵심기술의 국산화가 미흡하고 해외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라며 “앞으로 바이오·기계·전기·전자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이들 장비의 국산화와 수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