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인준안 통과에 '끌어안고 환호'…의원 장관 4인방도 참석
민주-국민의당 의원들 우호적 분위기…우원식 연두색 넥타이 눈길
표대결 패배 한국당 의원들, '씁쓸' 분위기 속 가결 선포 전 퇴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긴장감 넘치는 여야의 표 대결 속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손에 땀을 쥔 채 개표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가결정족수(150명)보다 10표 많은 찬성표를 얻은 임명동의안이 비교적 여유있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환호했다.

당론으로 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의 의원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침묵의 혈투' 김명수 인준 본회의… 298명 전원 참석 총력전
애초 본회의는 이날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전날 채택된 인사청문 특위의 심사경과보고서가 최종 문구 수정 작업으로 제출이 지연돼 개의 시간이 미뤄졌다.

개의가 미뤄지자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가 인사를 나눴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민주당 쪽으로 이동해 인사를 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얼굴이 밝아지기도 했다.

민주당의 몇몇 의원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이 자리한 곳으로 가 인사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부결이라는 쓴 잔을 이미 마신 데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자유한국당(107석), 바른정당(20석) 등의 반대로 김 후보자의 인준안 통과도 장담할 수 없었던 터라 민주당 의원들의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서렸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 의원들도 차분히 자리에 앉아 인준안 상정을 기다렸다.

결국, 보고서가 본회의에 제출되면서 회의는 예정보다 2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상정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자 국민의당 의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표장으로 이동해 줄을 섰다.

인사청문 특위의 주호영(바른정당) 위원장의 심사경과 보고가 끝나고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하겠다"는 정 의장의 선언에 따라 투표는 시작됐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첫 테이프를 끊은 투표는 약 20분간 이어졌다.

인준안 통과 총력전에 나선 민주당에선 '의원 장관 4인방'인 김부겸(행정안전부)·김현미(국토교통부)·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김영춘(해양수산부) 장관도 국회를 찾아 투표에 참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투표를 끝내고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등 전반적으로 투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투표가 모두 끝나고 정 의장이 명패수가 298명이라고 발표하자 장내에선 '와'라는 감탄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엘시티 금품 비리 등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한국당 배덕광 의원을 뺀 여야 모든 의원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기표위원들이 표를 세는 동안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원내 사령탑으로서 최대 시험대에 오른 우원식 원내대표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정치적 스승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밝은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본회의장을 찾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넥타이 색이 국민의당의 상징색과 비슷해 '국민의당 구애'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를 찾아 당 원내대표실에서 본회의 상황을 지켜봤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는 정 의장의 발표가 있기 직전에 민주당 의원들은 기표위원과의 수신호를 통해 이미 통과를 확신한 듯했다.

정 의장이 표결 발표를 하기도 전에 민주당 의원들 쪽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의원은 주먹을 쥐고 흔들며 기쁨을 표시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의원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정 의장의 발표에 주목했다.

정 의장이 '찬성 160표'라고 발표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160표만으로 이미 가결정족수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투톱'인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자축의 악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추 대표와 당 대변인인 백혜련 의원이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자당 의원들과 웃으며 악수했다.

여야의 극한 표 대결이 이뤄진 이날 투표에선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서혜림 이슬기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