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중국 젊은이(하이구이·海歸)들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상당수 하이구이가 취업난에 시달릴 뿐 아니라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급여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귀국 유학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일자리는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하이구이가 ‘하이다이(海待·취업 대기자)’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해외유학 다녀와도 월급 6000위안… 중국 '하이구이 시대' 저문다
◆유학비 3억원, 월급은 100만원

미국 뉴욕대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관련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 7월 베이징으로 돌아온 루시 류 씨(28)는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택했다. 베이징에서 가장 유명한 다큐 제작 업체에 합격했지만 연봉이 기대했던 것보다 턱없이 적어서다. 이 업체가 제시한 연봉은 15만위안(약 2600만원)으로 월급으로 치면 200만원이 겨우 넘는다.

그는 “한 해 유학비로 15만2600달러(약 1억7300만원)를 쓴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연봉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며 “(해외 유학을 다녀온) 내 친구 중 상당수는 취직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씨처럼 유학하고 돌아온 하이구이가 최근 중국에서 기대치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구인·구직사이트 즈롄자오핀의 조사에 따르면 첫 월급이 6000위안(약 104만원) 이하인 하이구이 수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8%에 달했다. 초봉이 6000~8000위안은 22.7%, 8000~1만위안과 1만~2만위안은 각각 13%와 13.7%로 조사됐다. 첫 월급으로 2만위안 이상을 받는 하이구이는 5.8%에 불과했다. 올해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초봉은 월 4000위안이었다.

실제 수입과 자신의 기대치가 일치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기대치보다 높다는 응답자는 1%에 그쳤다. 월급이 기대치보다 낮다는 응답자는 68.9%로 기본적으로 일치한다는 응답자 30.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또 30.3%의 하이구이가 유학 비용에 해당하는 돈을 버는 데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고, 24.1%는 1~3년, 22.5%는 5~10년, 17.5%가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년 미만이 걸릴 것이라고 본 하이구이는 5.6%에 그쳤다.

◆10년 만에 사회 인식 달라져

10년 전만 해도 하이구이는 알을 깨고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본능을 가진 바다거북(海龜)에 비유되며 각광받았다. 취업이 보장됐고,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결혼 상대자 1순위로 꼽혔다.

최근 들어선 하이구이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하이구이 누적자 수는 265만1100명에 달했다. 작년 한 해 해외로 유학을 떠난 사람은 54만4000명을 기록했고, 43만2500명이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80% 가까이가 유학을 마치고 중국 본토로 돌아오는 셈이다.

외국 유학 경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학을 다녀왔는데도 취직하지 못한 채 놀고 있는 ‘하이다이(海待)’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발음이 같은 ‘하이다이(海帶·다시마)’로 불리기까지 한다.

하이구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예전만 못하다. 과거에는 성적이 우수한 인재들만 정부 보조금을 받아 해외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소득 수준이 높아져 유학 붐이 불면서 하이구이의 실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SCMP는 “해외 유학이 실력보다 돈에 좌우되기 때문에 돌아오더라도 좋은 직장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학파가 이해하기 힘든 중국 기업 문화도 하이구이 취업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은 채용할 때 더 이상 해외 유학 경험이 있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이들이 외국어에 능통한 것도, 전문지식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중국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상사나 고객이 원하면 무조건 행동에 나서는 중국의 기업 문화와 달리 하이구이는 해외에서나 통하는 윤리, 도덕, 투명성, 실력 우선주의를 운운하며 동료들과 종종 마찰을 빚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