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대권 경쟁했던 3인방, 지방선거 행보 윤곽

정치권의 시계가 서서히 '6·13 지방선거'를 향해 움직이면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다음 행보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고배를 마셨던 이들 3인방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권토중래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3명 가운데 이 시장의 진도가 가장 빠르다.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이 시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음의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현재로서는 100% 경기지사로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애초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출마선언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아직 한참 남아있고 현직 성남시장인 점 등을 고려해 출마선언 시기는 조정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대신 민주당 국회의원 및 경기도 지역위원장 등과 활발하게 접촉하면서 물밑에서 표밭 다지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서는 1차적으로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다음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박 시장은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주변에 이런 뜻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과 가까운 다른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애초 박 시장은 이재명 시장과 마찬가지로 원내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재보선 출마 등도 같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진출을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3선 도전으로 기운 것은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연속적으로 서울시정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것이 차기 행보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의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주변 일각에서는 박 시장에게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조언도 여전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주변에서는 3선 도전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경우 박 시장이나 이 시장에 비해 아직 행보가 구체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실제로 안 지사 본인은 일단 올 연말까지는 도정에 전념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충남지사 선거에 다시 나서기보다는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는 관측이 많다.

안 지사가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추미애 대표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치러지는 내년 8월 전당대회의 당 대표경선에 도전하거나 내년 6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이다.

재보선과 관련해선 서울로 나갈지 충남을 선택할지 등 출마 지역을 놓고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충남 지역에 출마해 지역 연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 대표든 재보선 출마든 안 지사 입장에서는 중앙 무대로 진출할 경우 당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본인의 행보보다는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에 무엇이 더 도움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는 18일 서울에서 중앙당 당직자들과 오찬을 함께한다.

중앙당 당직자들을 격려하는 자리로, 박 시장과 이 시장도 앞서 지난 초복과 말복에 각각 이들과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