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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호 공정위 100일… 높아진 위상, 더 무거워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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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새 정부 '실세' 부처로 급부상…'경제 민주화' 중책 짊어져
    골목상권 보호책 쏟아내…신뢰 회복 위한 내부 개혁 드라이브도
    재벌개혁 속도 높일 듯…김 위원장의 잇따른 '말실수' 아쉬움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오는 2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시장의 경쟁 질서를 수호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부처 중 하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표출된 촛불 민심은 경제 민주화 요구로 번졌고, 이는 곧 '경제 검찰' 공정위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취임과 동시에 골목상권 '갑질'을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쏟아냈고 수많은 '을'들의 호응을 받았다.

    특히 권력에 휘둘렸던 공정위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내부 기강을 다잡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 위원장의 추진력은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큰 기대만큼 김상조호 공정위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특히 한국 경제의 성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건드려야 하는 재벌개혁 정책은 '너무 강도가 세다'는 비판과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말실수로 잇따라 구설에 오르는 등 경쟁 당국 수장으로서 언행이 다소 가볍다는 지적도 김 위원장이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김상조호 공정위 100일… 높아진 위상, 더 무거워진 과제
    ◇ '역대급' 관심받는 공정위…"직원들 과로사 할 정도"

    재벌저격수 출신 시민운동가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은 새 정부의 강한 개혁 의지로 해석됐다.

    공정위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지게 됐다.

    김 위원장은 내정 직후 재벌개혁과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골목상권 보호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취임 한 달여 만에 가맹금 착취 수단으로 악용됐던 필수품목 마진율을 공개하는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뒤이어 과징금을 강화하고 인건비 떠넘기기를 금지한 유통 갑질 대책도 내놨다.

    이달 초에는 당정 협의를 통해 중소기업 기술 약탈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기술유용 근절 대책도 발표했다.

    대폭 강화된 규제는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 회복을 향했고, 이는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역점 정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원을 무려 60명이나 늘려 대기업 조사 전담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신설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새 정부가 김상조호 공정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 행보도 물 밑에서 바쁘게 진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내부거래 실태 점검을 한 공정위는 하림을 시작으로 조사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다른 한편으로는 재벌개혁을 몰아치듯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상생 협력 노력을 주문해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를 덜고 있다.

    김 위원장의 개혁 의지는 공정위의 과거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개선 노력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처분 주식 수 축소 의혹, 미스터피자 늑장 수사 등 과거 공정위의 잘못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어 재취업 심사 대상 확대, 심의 속기록 공개 등 공정위 퇴직자의 전관예우를 없애고 내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신뢰제고 방안을 내놨다.

    '대기업 봐주기' 논란 때마다 지적된 전속고발권 개선 요구도 수용하고 공정위의 조사권한 분산 등을 논의하는 법 집행체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김상조호 공정위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폭주하는 민원으로 표출되고 있다.

    위원장이 나서 시민단체에 "공정위는 민원기관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양해를 구할 정도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과로사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성과를 재촉하는 여론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 알아서 몸 사리는 '김상조 효과'…시장 위축 우려도

    시민운동가 출신 위원장의 개혁 효과는 갑질이 횡행했던 가맹·유통·대리점 분야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특히 새 정부와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김상조호 공정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갑질 의혹이 불거진 업계가 스스로 몸을 사리는 이른바 '김상조 효과'도 종종 목격됐다.

    지난 6월 공정위 가맹거래과가 BBQ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치킨 가격을 올리려고 했던 업체들이 불과 3∼4시간 만에 하나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정위 가맹거래과의 조사와 가격 인상 문제는 전혀 별개였지만 업계가 자칫 가격 문제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스스로 몸을 사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김상조 효과'는 규제 비용을 낮춘 자정 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시장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BHC치킨은 지난달 연간 6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 기금을 조성하고 가맹 창업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이디야커피는 가맹점에 공급되는 일부 재룟값을 자발적으로 인하했다.

    프랜차이즈협회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상생위원회를 꾸리고 상생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일부 대기업도 이전과 달리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뒤 서둘러 대책을 내놓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다가 공정위에 적발돼 고발까지 당한 현대위아는 공정위 제재 발표 즉시 사후 대책과 함께 재발 방지 약속까지 담은 입장을 내놨다.

    상습하도급법 위반 기업으로 꼽힌 한화S&C 역시 발표 당일 "10일 내 현금 100%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사 차원의 변화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자발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다만 재계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이 앞으로 계속 지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안팎의 분석이다.
    김상조호 공정위 100일… 높아진 위상, 더 무거워진 과제
    ◇ '재벌개혁 굼뜨다' 지적…'거침없는 말' 논란도

    김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 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추진 보류, 집단소송제 추진 등 기존 공정위 입장과 정반대되는 정책을 내놔 재계를 긴장시켰다.

    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일부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공정위가 매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정책이다.

    반면 집단소송제는 올해 초 정재찬 전 위원장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제도다.

    하지만 공정위의 재벌개혁 행보는 '재벌저격수'라는 그의 명성에 비춰보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독점기업에 대한 강제 기업분할 명령제 등 강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 사항이어서 단시일 내 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재벌개혁은 정권 초기에 하지 못하면 어렵다"며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 수단을 제시하고 로드맵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실태 점검 결과를 토대로 대기업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했지만 대부분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한 탓에 공정위의 재벌개혁 행보가 실제보다 과소 평가됐다는 관측도 있다.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 결과가 하나둘 발표되고 재계에서 자발적인 상생방안을 내놓기 시작하면 '김상조식 재벌개혁'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기업개혁은 예측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게 가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억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소신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공정위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논란이 잦아지면 공정위의 개혁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초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직접 사과했다.

    최근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가 이재웅 다음 창업자로부터 "오만하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저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많은 분이 질책을 해주셨다.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겠다"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위 공직자의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든 부처 안팎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보수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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