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상장사 늘었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자 낼 돈도 못 벌고 있는 기업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5곳이었다. 지난해 상반기(20곳)보다 늘어난 규모다. 영업손실을 내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인 종목도 70개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수입에서 이자로 나가는 돈의 비중을 파악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못 갚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회사를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

동부제철과 금호전기, 두산건설, LS네트웍스, 세원셀론텍 등은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도 실적 개선세가 보이지 않아 하반기 반전이 절실한 곳이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이면 자체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동부제철 금호전기 두산건설은 업황 부진에 열악한 체력이 부각되면서 주가도 최근 1년 내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경영난을 겪다 2015년부터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를 밟고 있는 동부제철은 2015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비용 때문에 순이익은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9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봤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485.32%에 달한다. 2015년 말 8만4510.24%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금호전기는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의 중국발 공급과잉과 LED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인수한 자회사들의 부진에 시름이 깊어졌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도 2014년 이후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 두산건설도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443억원이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에 못 미치면서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회사도 다섯 곳이었다. 동부제철(이자보상배율 0.39배) 외에 자동차부품회사인 대유플러스(0.34배)와 섬유업체인 태평양물산(0.38배) 하이트진로홀딩스(0.44배) 아시아나항공(0.82배) 등이다. 항공기를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빌려 쓰는 항공사는 외화 부채가 많은 편이지만 대한항공은 이자보상배율이 1.71배로 1배 이상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은 두 자릿수 이자보상배율로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2.11배에서 올 상반기 77.50배로, SK하이닉스는 15.67배에서 86.19배로 높아졌다.

두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에 이어 3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6월 말 145.09배였던 네이버의 이자보상배율은 올해 2506.90배로 뛰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