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베타 ETF] 쑥쑥 크는 '스마트베타' ETF 시장… 공무원연금도 뛰어들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비슷한 성향의 주식들로 구성한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스마트베타’ ETF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베타 ETF는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거나,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 또는 주가 대비 장부가치가 과도하게 낮은 종목 등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한다. 시가총액, 업종 지수 중심의 일반적인 ETF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스마트베타 ETF는 상품 특성상 증시 상승세를 주도해온 정보기술(IT)업종 주식을 많이 담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이후 조정장세가 이어지면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데다 특정 업종에 의지하지 않고도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스마트베타 ETF] 쑥쑥 크는 '스마트베타' ETF 시장… 공무원연금도 뛰어들어
◆공무원연금 첫 EMP 위탁운용

공무원연금은 지난달 국내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ETF자문일임형(EMP)펀드 위탁운용사를 공개모집하겠다고 밝혔다. 두 곳의 운용사를 선정해 운용사당 최대 500억원의 자금을 맡길 계획이다. EMP펀드는 포트폴리오 자산의 50% 이상을 ETF에 투자한다. 공무원연금은 목표 투자수익률을 ‘코스피지수 대비 2%포인트 초과’로 제시했다.

ETF업계는 국내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공무원연금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MP펀드에는 다양한 스마트베타 ETF가 활용된다”며 “스마트베타 ETF 시장 활성화의 분기점이 될 만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베타 ETF는 크게 6가지 상품군으로 나뉜다.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배당이 증가하는 주식 중심의 고배당 ETF △주가 변동성이 낮은 주식을 많이 담는 저변동성 ETF △저평가된 주식에 집중하는 가치주(밸류) ETF △시가총액이 적은 주식이 많이 포함된 중소형 ETF △재무적으로 우량한 주식 위주의 우량주(퀄리티) ETF △상승세가 강하게 나타내는 주식만 선별해서 투자하는 모멘텀 ETF 등이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EMP펀드 운용사업권에 눈독을 들이는 회사들은 코스피200지수 ETF 등 대중적인 상품을 중심축으로 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는 스마트베타 ETF 투자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6가지 스마트베타 ETF 상품군을 시의적절하게 배분하면서 초과수익을 내겠다는 얘기다.
[스마트베타 ETF] 쑥쑥 크는 '스마트베타' ETF 시장… 공무원연금도 뛰어들어
◆스마트베타 ETF 잇단 신규 상장

업계에서는 스마트베타 ETF의 성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에서는 스마트베타 상품이 전체 ETF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2015년에는 새로 상장한 ETF의 57%(156개)가 스마트베타였을 정도로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에만 7개의 스마트베타 ETF가 선보였다. 올 들어 상장된 스마트베타 ETF는 모두 11개다. 현재 운용 중인 전체 스마트베타 ETF는 44개에 이른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공무원연금이 스마트베타 ETF 투자에 뛰어들면서 사학연금이나 군인공제회 등의 연기금도 동참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들어 스마트베타 ETF 상장이 늘어나는 이유다.

박제우 키움자산운용 ETF팀장은 “스마트베타는 장기간에 걸쳐 시장을 이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이 때문에 특정 시점에 벤치마크를 따라가지 못했다면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수 스마트베타 ETF는 IT 중심의 장세와 최근 조정장세 속에서 선방하며 투자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최근 6개월간(8일 기준) TIGER 모멘텀 ETF의 상승률은 13.42%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2.8%) 오름폭을 뛰어넘었다. KBSTAR 모멘텀밸류(13.15%)도 좋은 성과를 냈다.

다만 가치주 ETF와 저변동성 ETF 등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를 밑돌며 종류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IT와 대형주 주가의 향방에 따라 스마트베타 ETF마다 비교 성적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장세에 따라 스마트베타 ETF를 적절히 배분하면 개별 종목이나 일반 ETF와 보완관계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마트베타 ETF
저변동성주, 고배당주 등 특정 성향의 주식만 골라서 편입한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TF. 장기적으로 시가총액이나 업종 중심의 지수 상승률을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