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륜 부족 주장하며 "초보운전자"…與 "사법부 독립 강화"
양승태 대법원장과의 프로필 비교에 민주 의원들 "모욕적" 항의


여야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코드 인사' 논란 등을 놓고 충돌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는 물론 김 후보자의 경륜 부족을 물고 늘어지며 각을 세웠고, 이에 맞서 여당은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 적임자'라며 철통 엄호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사법부마저도 코드 인사, 편 가르기·편향 인사를 하면 안 되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임명이 된다면 새로운 사법 숙청이, 피의 숙청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대법원 내에, 3천여 명의 법원 조직에서 청문위원들한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희경 의원도 "사법부 정치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한번 봐라"라며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청와대, 헌법재판소, 법무부, 대법원 다 같은 색깔, 같은 생각 가신 분들로 채워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 출신이다.

김 후보자가 2015년 11월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을 맡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야권이 대표적으로 문제 삼는 판결 사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념 편향성과 코드 인사를 문제 삼는 야당의 공격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방어막을 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에서 김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코드 인사'라고 한다"며 "후보자가 특정 연구회 활동을 했고, 몇 가지 사안에 진보적인 답변을 했다고 코드 인사라고 하는 것은 타당치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좌파 혹은 이념 코드의 굴레를 씌우면 사상논쟁으로 묘하게 흘러가는데, 좌파 프레임, 색깔론, 코드 논란의 덫이 씌워지면 하루아침에 머리에 뿔 난 인간이 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사상검증이 아니라 사법개혁을 할 적임자인지 지난 겨울 촛불광장에서의 민심을 승화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해야 한다"고 엄호했다.

김 후보자의 법원 행정 경험과 경륜을 놓고도 여야는 대립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많은 야당 의원이나 후보자께서 전혀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에 지명된 것은 최종책임자로서 잘할 수 있는가에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법원 행정 경험은 춘천지방법원장 재직이 전부인데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분이 대법원장으로 들어가면 초보운전자가 대법원을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춘천경찰서장이 경찰 총수가 되고, 육군 준장이 육군참모총장을 하는 것인데 이런 것들은 쿠데타 이후에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철통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사법개혁 필요성을 공히 인정하고 있고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이 지점에 기수, 의전 등을 얘기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도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대법관 중에서 더 높은 기수, 나이 많은 대법관들이 많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면 오히려 안정적인 후보자를 지명했어야 했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사법부 독립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방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도 있었다.

장제원 의원이 김 후보자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프로필을 비교하며 "어쩌면 이렇게 전임 대법원장의 밑으로만 다니느냐"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모욕적이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재정 의원은 "사법부는 오욕의 역사가 있는데 권위주의 시절 정권 코드에 맞춰서 사법 살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법 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며 "국가배상 사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한 유서 대필 조작 사건에서 곽상도 의원 등이 당시 관여 검사였는데 모두 역사적으로 유죄"라고 말했다.

청문위원인 곽 의원은 이에 "신상 발언을 하겠다"고 했지만, 주호영(바른정당) 위원장은 일단 "오후 에 시간을 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한지훈 배영경 이슬기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