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경영 복귀 2년…SK, 영업이익 증가율 10대 그룹 중 1위
SK그룹 상장 계열사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15년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2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기업가치(시가총액)도 최 회장 복귀 전과 비교해 50%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원톱’

12일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12개 SK그룹 상장 계열사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조75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7140억원)에 비해 149.0% 늘어난 것이다. 2위인 삼성그룹 14개 계열사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예상치(135.6%)를 10%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치다. SK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직전인 2015년 2분기(3조482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최태원 경영 복귀 2년…SK, 영업이익 증가율 10대 그룹 중 1위
SK 상장 계열사들은 2분기에 총 5조21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3조8834억원) 대비 증가율은 34.2%를 기록했다. 2분기엔 SK가 영업이익 증가율 부문에서 삼성그룹(73.5%) LG그룹(10개 계열사·53.4%) 포스코그룹(6개·39.1%)에 뒤지며 4위에 머물렀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958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7260억원)의 4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SKC(162.8%) SK이노베이션(96.6%)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했다.

◆그룹 가치 50% 증가

이익 규모가 늘어나면서 SK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도 최 회장 복귀 이후 51.3% 늘어났다. 특별사면 직전 거래일이던 2015년 8월13일 SK의 시가총액은 79조1729억원이었다. 지난 11일엔 시가총액이 119조8184억원으로 불어났다. 해당 기간 증가율은 10대 그룹 중 3위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그룹(121.2%) 포스코그룹(79.4%) 다음이다.

이 기간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계열사 중에선 SK하이닉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년 만에 시가총액이 딱 두 배가 됐다. 1조원 미만 계열사까지 합치면 반도체 소재 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SKC솔믹스가 3.3배로 증가한 3081억원을 기록해 증가율 전체 1위에 올랐다. 최 회장은 올 들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지표에 주가 상승률을 포함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수 복귀 효과 ‘톡톡’

재계와 자본시장에서는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재계 전체가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SK만 유독 자신감이 넘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CEO는 “한때 삼성이 주도한 인수합병(M&A), 사업 재편 등을 요즘은 SK만 제대로 하고 있다”며 “총수 복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최근 반도체 소재 및 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과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핵심사업 강화를 위한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카’ 브랜드로 유명한 중고차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비핵심 사업에선 과감한 ‘군살 빼기’를 병행 중이다. 3분기엔 시가총액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 간 가격 차이) 확대 등으로 3분기엔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매우 좋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부상으로 SK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쏠림 현상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