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스위스 금융회사 UBS와의 합작회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확보한다.
하나금투, UBS와 10년 합작 청산
하나금융투자는 8일 UBS가 보유한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 전량을 1000억여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옛 대한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전신)이 2007년 UBS와 각각 49 대 51의 지분율로 설립한 회사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하나금융투자는 하나UBS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번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며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하나UBS자산운용을 업계 선두로 발돋움시키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7월부터 UBS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벌여 왔다. 두 회사는 2007년 합작 계약이 끝나는 2017년 7월에 상대방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UBS는 하나금융투자 보유 지분 인수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하나금융투자와 UBS는 합작 계약 체결 당시 UBS의 해외 네트워크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의 펀드 판매 활성화로 높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하나UBS자산운용은 합작 전 회사인 대한투자신탁운용이 수탁액 기준으로 업계 1위에 올랐던 위상을 잃고 수익률과 수탁액 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 영업수익과 순이익은 각각 154억원, 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66억원, 59억원)보다 7%, 11% 감소했다. 수탁액이 1조원가량 늘었지만 수익성이 낮은 머니마켓펀드(MMF)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KB 신한 NH금융그룹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그룹 차원의 자산 운용 역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 신한 NH금융그룹은 각각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0년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부동산신탁과 다올자산운용을 인수해 하나자산운용을 세웠다. UBS와의 합작 계약에 하나금융그룹이 종합 운용사를 설립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하나자산운용은 부동산 펀드 운용에만 집중해 왔다.

운용업계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지분 인수를 완료한 뒤에도 당분간 하나UBS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의 합병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굳이 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반납하면서까지 운용사를 하나로 합병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하나UBS자산운용은 종합 운용사로, 하나자산운용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 특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UBS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이 한국 내 증권 및 투자은행(IB)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하나금융그룹과 긴밀한 사업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