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8일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이제 외교나 대화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전술핵 배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정책간담회에서 전술핵 배치와 관련, “우리 당도 함께 논의해보자”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 대표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년간 대화와 제재, 대화와 제재를 반복해왔지만, 북한은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며 “이제 그들은 마지막 단계까지 왔고 대화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실패했다”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진짜 압력을 강화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정치적 위기국면에서 단지 페인트 모션(속임수 동작)이고 제스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등 비핵화 원칙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북핵 관련 대응에 대해 국가적으로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 당도 내부적으로 확정하지 못했다”며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중로 의원은 ‘북한 6차 핵실험, 외교·안보정책 긴급진단 세미나’를 열고 강력한 대응책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당 정책간담회에서도 “모든 옵션을 심각하게 검토할 단계”라며 전술핵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최근 중국의 대북제재 협조를 끌어내는 카드의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