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잘못에 너무나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주범으로 꼽힌다.

피해가 큰 만큼 책임도 커 현재까지 개별 배상에 1천300억원, 피해구제분담금 674억, 인도적 기금 50억원 등을 약 2천억원을 배상에 사용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잘못이 너무 커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으나 다른 회사들도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배상했으면 한다"며 "가해 기업끼리 협력해야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제시한 해결책은 회사 간에 가습기 살균제 판매 자료 등을 공유해 공동 배상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공동 배상안이 마련되면 어느 회사 제품을 썼는지가 아니고 얼마나 피해를 받았는지가 기준이 돼 배상이 좀 더 공평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그것이 피해자 관점에서 더 적합한 배상 방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해자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혹은 유통, 판매한 기업 15개 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개별 배상을 하는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세 곳뿐이다.

이밖에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등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 CMIT·MIT 가습기 살균제 판매처 애경, 홈케어 등 10여개 기업은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있는데도 개별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에는 건강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특별구제계정 피해구제분담금 341억3천100만 원이 부과됐으나 이들은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힌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개별 배상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배상 기준을 공개하는 것도, 평생 치료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우리뿐"이라며 "책임 있는 기업들끼리 협력하며 이분들이 예전과 같은 생활로 조금이나마 가깝게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또 "정부도 재원 출연에 더해 포괄적인 피해구제 틀을 마련하는 것을 도와줬으면 한다"며 "최대 가해자 입장에서 먼저 나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많아 자제하고 있지만 공청회 등에는 최대한 참석해 이러한 건의를 하려 한다"고 피력했다.

대표로 취임하기 전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전 대표와 함께 다니며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온 박 대표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대표직을 수락했다고 돌이켰다.

박 대표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특히 아픈 아이들을 만날 때면 우리 회사가 어떻게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미래를 열어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의 배상이 피해자분들의 마음의 상처까지 배상할 수 없으리라는 점이 너무 죄송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더 안전한 사회,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