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체제 걸림돌 치우는 시진핑…'후진타오 기반' 중국 공청단 무력화
중국 차기 지도부를 뽑는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40여 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당 장악력을 다지고 있다.

시 주석의 최대 정치적 경쟁 세력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급속도로 몰락하는 모양새다. 퇴진설이 불거졌던 시 주석의 ‘오른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건재를 과시했다. 시 주석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명 기고문을 실어 시 주석을 향해 충성을 맹세했다.

베이징 정가에선 다음달 18일 열리는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치체제의 다층적 견제·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당대회 직전까지 치열한 권력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청단 지도부 제거 가속도

일본 아사히신문은 6일 공청단의 친이즈(秦宜智) 제1서기가 일개 정부 부처 간부로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친 서기는 동식물 검역 등을 담당하는 국가질검총국(국가품질관리국)의 부국장에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질검총국 내에서도 서열 3위에 불과하다.

공청단은 당의 젊은 엘리트를 양성하는 청년 조직으로 2015년 말 기준 8746만 명의 단원을 두고 있다. 공청단 최고위직인 제1서기는 권한이 큰 지방정부 서기로 영전되는 것이 관례여서 차세대 지도자의 등용문으로 여겨져 왔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 등이 이 자리를 거쳤다.

공청단은 후 전 주석이 당 최고지도부에 들어간 이후 탄탄한 조직력과 요직을 차지한 간부들을 바탕으로 당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태자당(시 주석 등 혁명원로 자제), 상하이방(장쩌민 전 주석 등 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과 함께 공산당 3대 권력 파벌로 꼽힌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3대 파벌 간 세력 균형으로 ‘공산당 지배체제’의 안정을 도모해 왔다.

시 주석은 취임 초만 해도 군부를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맞서 공청단과 연합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공청단 지도부 부패 혐의 조사, 후 전 주석의 최측근인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퇴출 등으로 공청단을 서서히 몰락시키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당 내에선 공청단의 퇴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사실상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오른팔’ 왕치산은 여전히 건재

CCTV는 왕 서기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후난성에서 시찰 활동에 이어 순시공작 좌담회를 주재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왕 서기의 동정이 관영매체에 보도된 것은 그가 시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지난달 1일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지난달 초 사망한 중국 저명 과학자 커쥔과 주잉궈의 영결식에 다른 상무위원은 조화나 조전을 보냈지만 왕 서기만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일부 외신에서는 왕 서기가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왕 서기의 행보는 공산당 차기 권력 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여겨진다. 왕 서기가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유임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최근 들어 시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직 불문율인 ‘7상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은퇴)’ 원칙을 깨고 왕 서기를 유임시키려 한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 왕 서기는 만 69세다.

◆후계자 거론 천민얼은 충성 다짐

천 서기는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언제 어디서든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통일된 지도력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서기가 충칭시 서기로 부임한 뒤 중앙 관영매체에 글을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시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천 서기를 인민일보를 활용해 널리 알리는 한편 암묵적으로 후원하며 힘을 실어준 것이란 분석이다.

천 서기는 경제 및 환경보호, 민생 및 빈곤 탈피, 개혁, 당 건설 4개 영역에서 시 주석의 이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 주석의 강연과 연설을 학습하는 것을 최우선 정치과제로 꼽았다.

천 서기는 “18차 당대회 이후 최고의 이정표적 의미를 갖는 성과는 시진핑 총서기를 당 중앙의 핵심 지위에 세우고,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 발언 정신과 당중앙의 국정운영으로 새로운 이념, 새로운 실천, 새로운 전략을 형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 중앙위원인 천 서기는 4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서기는 정치국원을 겸임하는 관례에 따라 19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천 서기를 후계자로 발탁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두 단계를 건너뛰어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