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로 풀어낸 근·현대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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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씨 아트사이드서 개인전
비키니 수영복의 형태, 외국어 공부에 대한 압박, 쌍꺼풀 수술 같은 성형,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이야기…. 100년 전에 화제가 된 얘깃거리가 현대인의 삶에도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근대가 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역사로 존재하고 있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한국 화가 이재훈 씨(39)의 개인전은 100년 넘게 계속되는 ‘근대성’에 대한 미학적 탐구를 보여주는 자리다.
중앙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한 이씨는 그동안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표현 방식인 ‘프레스코’ 기법으로 첨단 현대문화 속에 잠재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해왔다.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2004)을 비롯해 금호영아티스트(2007), 제8회 송은미술대상전(2008) 등에 잇달아 입상하며 ‘미래의 블루칩 화가’로 주목받았다.
4년 만에 연 이번 전시회 주제는 ‘초원의 결투를 위해’다. 근대와 현대의 시간성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모호해지는 순간을 마치 광활한 초원으로 비유해 섬세하게 풀어낸 목탄회화 12점과 설치작품 한 점을 내보인다.
독일 조각가 요헨 게르츠의 작품 ‘전쟁과 폭력, 파시즘에 대한 기념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설치 작품 ‘포 어 파이트 온 더 그린 필드’는 근대문화를 되돌아보면서 현대는 과연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폼 소재의 아이소핑크에 장지를 붙이고 회칠한 뒤 프레스코 기법으로 근대 건축물과 모던걸, 축음기, 화신백화점, 전차 노선도 등 다채로운 근대 이미지를 기록화처럼 새겼다. 시간이 흘러 눈에서 멀어진 기억을 환기하기 위한 장치로 1930년대 신문기사에 실린 이미지들을 활용했다. 사각 기둥의 한 면은 당시 기사에서 발췌한 글자로 채웠다. 다채로운 근대문화의 내력을 이야기 그림처럼 들려준다.
벽면에 걸린 회화작품 또한 ‘포 어 파이트 온 더 그린 필드’에서 출발했다. 근대와 현대의 풍경을 관찰하던 작가가 역사라는 개념을 평평한 초원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나뭇잎들, 몸이 묶인 각목, 덤불 숲의 스타킹 등 다양한 이미지를 접목해 근대와 현대의 ‘공존’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작가는 “근대와 현대 그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며 “두 시점을 하나의 ‘오브제(형상)’로 연결시키기 위해 나무토막과 실제 나무의 모습을 ‘접붙이기’하는 방식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한국 화가 이재훈 씨(39)의 개인전은 100년 넘게 계속되는 ‘근대성’에 대한 미학적 탐구를 보여주는 자리다.
중앙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한 이씨는 그동안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표현 방식인 ‘프레스코’ 기법으로 첨단 현대문화 속에 잠재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해왔다.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2004)을 비롯해 금호영아티스트(2007), 제8회 송은미술대상전(2008) 등에 잇달아 입상하며 ‘미래의 블루칩 화가’로 주목받았다.
4년 만에 연 이번 전시회 주제는 ‘초원의 결투를 위해’다. 근대와 현대의 시간성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모호해지는 순간을 마치 광활한 초원으로 비유해 섬세하게 풀어낸 목탄회화 12점과 설치작품 한 점을 내보인다.
독일 조각가 요헨 게르츠의 작품 ‘전쟁과 폭력, 파시즘에 대한 기념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설치 작품 ‘포 어 파이트 온 더 그린 필드’는 근대문화를 되돌아보면서 현대는 과연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폼 소재의 아이소핑크에 장지를 붙이고 회칠한 뒤 프레스코 기법으로 근대 건축물과 모던걸, 축음기, 화신백화점, 전차 노선도 등 다채로운 근대 이미지를 기록화처럼 새겼다. 시간이 흘러 눈에서 멀어진 기억을 환기하기 위한 장치로 1930년대 신문기사에 실린 이미지들을 활용했다. 사각 기둥의 한 면은 당시 기사에서 발췌한 글자로 채웠다. 다채로운 근대문화의 내력을 이야기 그림처럼 들려준다.
벽면에 걸린 회화작품 또한 ‘포 어 파이트 온 더 그린 필드’에서 출발했다. 근대와 현대의 풍경을 관찰하던 작가가 역사라는 개념을 평평한 초원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나뭇잎들, 몸이 묶인 각목, 덤불 숲의 스타킹 등 다양한 이미지를 접목해 근대와 현대의 ‘공존’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작가는 “근대와 현대 그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며 “두 시점을 하나의 ‘오브제(형상)’로 연결시키기 위해 나무토막과 실제 나무의 모습을 ‘접붙이기’하는 방식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