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에서 665일… 가장 오래 우주에서 산 여성
미국인 가운데 가장 오래 우주에 머문 여성 우주인 페기 휫슨(57·사진)이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러시아연방우주청은 3일 오전 7시21분 카자흐스탄 중부 제즈카즈간 남동쪽 초원에 휫슨과 러시아 및 미국 우주인 두 명을 태운 소유스우주선이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우주선은 귀환 하루 전인 2일 밤 소유스 귀환선에 옮겨탔다.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귀환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채 대기했다. 3일 새벽 귀환 명령을 받은 소유스호는 3시간24분에 걸쳐 시속 800㎞로 대기권을 뚫고 들어왔다. 대기권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소유스호의 바깥 온도는 한때 1400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휫슨은 이날 지구에 도착한 직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의 인터뷰에서 “집은 역시 좋지만 많은 친구와 동료가 이번 허리케인 하비로 충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귀환을 위해 보조임무센터에서 교대를 반복하고 새우잠을 자며 임무를 마치도록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지구 밖에서 665일… 가장 오래 우주에서 산 여성
휫슨은 지난해 11월부터 289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렀다. 이 기간에 4623회 지구 주위를 돌면서 1억9600만㎞를 날았다. 지상에 성공적으로 터치다운(안전한 착륙을 뜻하는 용어)함에 따라 그는 다섯 차례 우주임무에 나서 665일간 우주에 머물며 최장 체류 기록을 가진 미국 우주인이 됐다. 미국은 우주 체류 기록이 러시아에 밀린다. 최장 기록은 5회 우주비행 기간에 878일간 우주에 머문 러시아 우주인 제날디 파달카가 보유하고 있다. 1~7위까지 러시아 우주인이 차지하고 있다.

휫슨은 최장 기간 우주에 체류한 미국인이란 기록 외에도 화려한 이력이 많다. 최장 기간 우주에 체류한 여성, 최장 시간 우주복을 입고 ISS 밖에 나가는 선외활동(EVA·우주유영)을 한 최고령 여성 우주인, 최다·최장 우주유영 기록을 가진 여성 우주인이란 타이틀이 따라 다닌다. 휫슨은 지난 5월 두 차례 EVA에 나서 여성 우주인 중 가장 많은 10회 선외활동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NASA에 따르면 그가 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닌 시간은 60시간21분으로 기록됐다. 환산하면 이틀 반 동안 우주 공간에 우주복만 입고 떠있었던 셈이다. 그는 여성 우주인 가운데 처음으로 두 차례 ISS를 지휘한 경력도 있다. 2008년 여성 우주비행사로는 처음으로 ISS 선장이 됐고 이번에도 선장을 맡았다. 2009년에는 여성 최초, 비(非)조종사 출신 최초로 NASA 수석우주인에 선임되기도 했다.

휫슨은 원래 생화학자다. 2002년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를 타고 ISS에 처음 발을 들인 뒤 우주인이 됐지만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번 임무에선 우주정거장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분해하고 결합하는 것을 포함해 100여 가지 과학 실험을 했다.

휫슨과, 함께 귀환한 미국 우주인 잭 피셔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직항 항공편을 타지 못했다. NASA는 원래 착륙지와 가까운 지역에 전세기를 보내 두 우주인의 빠른 귀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존슨우주센터가 있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 지역이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을 받아 전세기를 보내지 못했다. 휫슨은 귀환 하루 전 인터뷰에서 “무중력 공간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자유로움과 초속 7㎞ 속도로 날아가는 거대한 우주실험실 생활을 그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