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 베를린(독일)= 김하나 기자] AI(인공지능)를 얘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만이 남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IFA 2017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요약하자면 이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를 전시하는 행사인 IFA였지만, 기자들의 눈과 귀는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건재할까에 관심이 모아졌다.

윤 사장은 "배를 지켜보는 사람과 타고 있는 사람은 다르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보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을 말한다. 밖에 평가하는 시선과 실제 안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은 다르다는 것. 오너십이 없음에도 삼성전자는 실적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눈부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삼성같이 큰 기업이 총수가 없다고 해서 경영 지장이 있다고 하는게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총수가 없어서 잘되는 게 아니냐"라는 시선들이 있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윤 사장은 "무섭고 두렵다"는 말로 일갈했다. 그는 "선단장이 부재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인공지능(AI)기업을 인수· 합병(M&A)이 목전에서 무산된 경우를 설명했다. 그는 "삼성이 3~5년 뒤의 비전으로 향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개편이나 M&A가 중단됐다"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담하다"며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실제 베를린 IFA 현장은 'AI 각축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가전회사들이 첨단기기들을 들고 나왔다. '콘셉트'를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다. 대부분이 제품화돼 직접 시연이 가능했다. 국적도 경계가 없다. 북미,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제품들이 나왔다.

이러한 와중에 삼성전자가 겪은 M&A 실패는 뼈아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IFA에서 가장 큰 부스를 꾸렸다. 삼성전자만의 고유한 솔루션과 개방형 솔루션을 동시에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가전·정보기술(IT)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답게 이 모두를 연결하는 IoT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부스는 크고 화려했다. 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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