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전력에 세계 랭킹 146위지만 센터코트 배정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테니스 대회에 출전 중인 일부 여자 선수들이 '러시안 뷰티' 마리야 샤라포바(146위·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5위·덴마크)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2회전에서 에카테리나 마카로바(40위·러시아)에게 1-2(2-6 7-6<7-5> 1-6)로 패한 뒤 "세계 랭킹 5위가 5번 코트에서 밤 11시 넘어서 경기를 하는 일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보즈니아키가 이날 경기한 곳은 실제로는 5번 코트도 아니고 17번 코트였다.

게다가 경기 일정은 17번 코트의 맨 마지막 순서인 5번째 경기로 배정됐다.

테니스는 시간제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 진행되는 경기 종료 시간에 따라 뒤에 열리는 경기 시작 시간이 달라진다.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컨디션 조절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보즈니아키는 자신의 불만에 샤라포바를 걸고넘어졌다.

그는 "센터 코트 배정에는 사업적인 면이 고려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약물 징계에서 돌아온 선수에게 매번 센터 코트 경기를 배정하는 것이 옳은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샤라포바는 이번 대회 1, 2회전을 모두 메인 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치렀다.

1회전은 야간 경기 시작인 오후 7시에 배정했고, 2회전은 낮 경기 마지막 순서로 배치하는 등 모두 '프라임 타임'이었다.

샤라포바는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다.

징계 이후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가 바로 이번 US오픈이다.

세계 랭킹 146위인 샤라포바는 예선을 거쳐야 했으나 주최 측 배려로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보즈니아키는 "나는 US오픈을 좋아한다"며 "하지만 세계 랭킹이나 과거 전력 등을 고려해 선수를 더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코코 밴더웨이(22위·미국)는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가 주어진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밴더웨이는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를 준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와일드카드는 부상에서 돌아오거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좀 더 이기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선수에게 돌아가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라포바는 1, 2회전에서 연달아 2-1 승리를 거두고 3회전에 진출, 소피아 케닌(139위·미국)과 16강 진출을 다툰다.

올해 19살인 케닌은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으로 "어려서부터 샤라포바를 좋아했다"며 "샤라포바가 다시 코트에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러시아 출신인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8위·러시아)도 "대회 관계자나 팬들 모두 샤라포바의 경기를 보기 원한다"며 "(세계 2위 시모나 할레프를 꺾은) 1회전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얼마나 환호하는지 다 보지 않았느냐"고 샤라포바를 감쌌다.

쿠즈네초바는 "징계를 모두 마친 샤라포바를 놓고 더는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 랭킹 146위와 139위가 맞붙는 샤라포바와 케닌의 3회전 경기 역시 센터 코트 야간 경기로 배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