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 안 '양자택일' 강요에 반발 확산…"보여주기식 졸속 의견수렴"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1년 미뤄지자 교육당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10일 2가지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3월부터 교육과정 전문가, 평가 전문가, 교사 등으로 수능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수능 과목 및 평가 체제 등을 연구하고 일선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해 시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안이 공개된 직후부터 진보·보수, 학부모, 교사, 교원단체 등 가릴 것 없이 비판이 쏟아졌다.

절대평가 범위를 비롯한 개편 내용 자체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대 국민 소통 여부를 놓고도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교육주체를 비롯한 각계와 충분히 소통했다고 했지만, 시안 발표 이전 본격적인 의견 수렴 기간은 7월14일부터 31일까지 2주에 불과했다.

김상곤 부총리가 교원단체와 학부모, 대학 입학처장 등을 만나 의견을 들었지만 시간도 짧았고, 이미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는 지적이 많았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보여주기 인상이 짙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수능개선위가 1년 반의 연구를 거쳐 교육부에 제시한 시안은 애초 3가지였지만, 고1 수준의 공통과목을 위주로 한 전과목 절대평가안은 일반에 공개도 되지 않은 채 빠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대평가가 학생들 간 무한경쟁을 부추긴다는 공감대는 분명히 있지만, 절대평가 범위를 두고는 이견이 적지 않다"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2가지 안만 제시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시안 내용을 수정하거나 '제3의 안'을 확정안으로 선택할 계획이 없다며 사실상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이런 정부 입장과 달리 시안 발표 이후 4차례 공청회 과정에서는 1안과 2안에 대한 찬반 의견 말고도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어떤 안을 택하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교육부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일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안과 2안은 상당 기간에 걸쳐 전문가와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라며 "두 가지 안을 뛰어넘을 만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연일 이어지는 정부 시안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도 소용없었다.

일부 단체에서는 "시안을 마련한 수능개선위의 존재 자체도 몰랐다"며 시안 마련이 밀실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이 미뤄지고 나서야 이런 비판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 유예 발표문에서 "짧은 기간 내에 양자택일 식의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다"고 밝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전과 같은 '불통의 교육부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함께 정책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음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