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 경험하고 오라…업계 첫 샌프란시스코에 지사
직원 4분의 1이 출장 다녀와…정체된 홈쇼핑, 성장 해법 찾기
실리콘밸리 DNA 이식…창의적·유연한 조직문화 체험
매년 창업·아이디어 대회 개최…해외 벤처 등에 1700억원 투자
출국 전 소비자를 심층 인터뷰한 이들은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현업에 바로 적용할 방안을 도출했다. 상품평 페이지 개편 등 이들이 찾은 혁신안은 하나씩 추진 중이다. 빈 차장처럼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온 직원 수는 250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의 25%가 샌프란시스코의 일하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던 배경엔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사진)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오픈 이노베이션’ 이식
일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한 허 부회장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유통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벤처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두기로 결정했다. GS홈쇼핑이 설립된 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까지 승승장구해온 TV홈쇼핑 시장은 정체기를 맞고 있었다. TV홈쇼핑 채널이 17개까지 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이 급성장해 TV홈쇼핑을 보지 않는 소비자가 늘었다.
허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고객에게 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설립하고 그때부터 현지에 직원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픽사 클리프바 핀터레스트 등과 같은 기업을 둘러보고, 현지 지사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일하는 문화를 체험했다. 이상우 해외영업사업부 과장은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교육이었지만 다른 부서 동료들과 협업할 때 시너지가 생긴다는 걸 경험한 기회였다”며 “지금은 사내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사의 일하는 방식은 서울 본사로 이식됐다. GS홈쇼핑은 매년 사내 창업경진대회인 ‘스파크’, 사내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해커톤’ 등을 열어 직원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벤처 생태계로 들어가자”
GS홈쇼핑은 유통업체지만 해외 벤처와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한다. 이런 투자는 1988년부터 1998년까지 LG투자증권에서 근무한 허 부회장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법인으로 독립시킨 것도 기술력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전진기지로 키우기 위해서다. 허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스타트업의 열정과 대기업의 인프라가 만나야 미래 시장을 이끌 힘이 나온다”며 “대기업이 직접 하는 것보다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주고 그 일원으로 들어가는 게 옳은 전략”이라고 말한다.
허 부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GS홈쇼핑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통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데이터 분석정보를 브랜드와 쇼핑몰 등에 제공하는 ‘픽스리(Pixlee)’에 투자했다.
2015년에는 한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DK 미디어(온디멘트코리아 미디어)’, 지난해엔 맞춤형 공기 서비스 기기 어웨어(Awair)를 개발한 스타트업 ‘비트파인더’에 투자했다. 실리콘밸리 이외 벤처와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1700억원에 달한다.
허 부회장은 “투자전략을 잘 유지해나가면 투자금 회수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며 우수한 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