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나바로 지음 / 이은경 옮김 / 레디셋고 / 416쪽 / 2만2000원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성장을 경계하면서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일어났다. 독일이 해양과 세계를 지배한 영국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1500년 이후 기존 강대국과 신흥 세력이 대치한 열다섯 차례 중 열한 차례 사례에서 전쟁이 발생해 그 확률은 70%를 웃돈다.
미국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은 《웅크린 호랑이》에서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세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다. 나바로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물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대중국 강경론자인 그는 중국이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 영토를 탈취하고 국제법을 무시하며 세계 패권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중국의 확장정책으로 오랫동안 유일한 강대국 자리를 지켜 온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부터 히말라야 지역에 이르기까지 주변국과 끊임없는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과거 200년간 외세의 침략을 받으며 갖은 고초를 겪은 중국은 ‘자국 방어’라는 명분 아래 빠르게 군사력을 증강시켰다. 원자재 수입과 공산품 수출을 통해 경제력을 키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안정적 ‘통상로 확보’를 위해 섬과 암초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대만을 되찾아 태평양 한가운데로 진출하려는 의도까지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누리는 군사적 우위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취약한 표적’인 괌, 한국, 일본의 미군 기지와 항공모함 군단을 엄청난 양의 미사일로 겨냥하고 있다고 전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각종 무기 생산력 측면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항모군단을 대량 생산하고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강화해 정보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보다 군사적 우위에 섰다고 판단되면 한층 더 많은 군사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의 힘을 더 키우고 아시아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은 태평양에 주둔한 함대를 줄이지 말고 더 늘리며, 미군 전진기지를 요새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격용 잠수함을 선봉에 배치해 중국 인근 해저에 ‘역(逆)만리장성’을 쌓고, 태평양 전역의 제공권을 유지하기 위해 장거리 공격 폭격기 생산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력 증강을 통해 종합국력을 높여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중 무역관계 불균형 개선은 미국 경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군비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군이 무엇을 위해 그곳에 있는가’에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대 병력이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아시아 지역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면 동맹국은 중국에 편승해 미국을 해치거나 중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직접 핵무장을 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은 최후의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