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마친후 인터뷰하는 최혜진 (3)
“딱히 긴장은 안했고요,상금요? 상금이 3억5000만원이던가? 2000만원이던가? 잘 모르겠는데요…하하”

31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GC.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 첫 날 경기를 마친 ‘슈퍼루키’ 최혜진(19·롯데)은 프로 데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쑥쓰러운 듯 몸을 배배 꽜다.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했다.별 싱거운 걸 다 묻는다는 듯한 개구진 표정과 함께다.한화클래식은 올해 KLPGA 투어 메이저로 승격했다.상금 2억원을 늘려 국내 최대인 14억원의 총상금(우승상금 3억5000만원)을 내걸었다. 까다로운 메이저 대회가 최혜진의 프로 데뷔무대가 됐다.

프로로 전환한 후의 변화를 기자들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하지만 그의 답은 ‘프로잡는 아마’때의 순진발랄한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우승상금의 정확한 액수도 아직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 모습.최혜진은 “책임감이 좀 커진 것 빼고는 아마추어 때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고 했다. 그의 백을 멘 서정우 캐디(32) 역시 “진짜 그렇다”고 거들었다.“전날 9시간은 잔 것 같다”는 그는 이날 라운드를 하며 끊임없이 캐디와 웃고 이야기했다.
프로 데뷔 첫 날 첫 홀 버디 화려한 신고식 최혜진 "우승상금이 얼마에요?"
◆첫 홀 1온 시도 프로 첫 버디 신고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슈퍼루키’라는 별칭답게 최혜진은 프로 데뷔 첫 날부터 화끈한 샷을 선보였다. 프로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부터 과감하게 1온을 시도한 것이다.내리막을 감안할 때 캐리로 270야드 이상을 쳐야만 성공 가능한 도전.아쉽게 공이 그린 앞 벙커에 빠지면서 1온은 실패했다.하지만 까다로운 벙커샷을 홀 1m안쪽에 붙여 결국 버디를 잡아냈다.제이드팰리스는 벙커 둘레 일부가 고무턱으로 둘러쌓인데다,깊고 넓어 탈출이 쉽지 않은 코스로 유명하다. 여기서 그는 프로 데뷔 첫 버디를 신고했다.최혜진에 앞서 제시카 코다(미국)와 김지영(21·올포유)이 1온을 시도했고,코다만 성공했다.하지만 버디를 잡은 건 최혜진 혼자였다.

최혜진은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로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하지만 후반엔 지루한 파 행진을 거듭하다 버디 1개,보기 1개를 맞바꿔 합계 1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오후 5시 현재 3분의 2 정도의 선수가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공동 24위다.전장이 6672야드로 올 시즌 열린 대회 가운데 세 번째로 길고,20cm가 넘는 긴 러프 등 곳곳에 함정이 도사린 까다로운 코스 세팅을 감안할 때 무난한 성적이다.
프로 데뷔 첫 날 첫 홀 버디 화려한 신고식 최혜진 "우승상금이 얼마에요?"
◆20cm귀신 러프 선수들 ‘쩔쩔’

제이드팰리스GC에서 공식 프로 대회가 열리기는 처음. 최혜진외에도 132명의 출전자들은 모두 익숙치 못한 코스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긴 러프에서 친 샷은 일쑤 코앞에 떨어졌다.화끈한 샷을 선보인 최혜진도 성적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최혜진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며칠간 평소보다 많은 스케쥴을 소화한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안정적으로 타수를 잃지 않기 위해 쳤던 게 오히려 미스샷으로 이어지곤 했다”고 말했다.그린 굴곡이 심하고 러프가 워낙 깊어 페어웨이를 지키거나, 끊어가려 한 게 되레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오늘 경기는 한 70점이나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푹 쉬고 컨디션을 회복해 내일은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쭈타누깐, 코다 자매 등 스타급 대거 출전

이번 대회에는 미국,일본 등 해외 투어에서 활약중인 해외파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출전해 글로벌 메이저 대회를 방불케 했다.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김인경(29·한화)을 비롯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5승의 전미정(35·진로재팬),LPGA 통산 4승을 거두고 국내로 복귀한 장하나(25·비씨카드), LPGA 통산 5승의 에리야 쭈탄누깐(태국),제시카 코다,넬리 코다 자매(미국) 등이 출전했다.

현재 고진영(22·하이트진로)가 버디만 5개를 쓸어담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정예나,이정화,박주영,정혜원 등이 4언더파 공동 2위다.

춘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