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100일간의 일정에 들어가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정권 교체 이후 처음 열리는 정기국회인 데다 야권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가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429조원 규모의 예산안과 맞물린 100일간의 입법 전쟁이 여느 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30일 문재인 정부의 첫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예산을 두고 야당의 공세가 심해지자 적극 엄호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사람, 민생, 안보, 지방, 미래를 살리는 이른바 ‘5생(生)’ 예산이 될 것”이라며 “SOC 투자를 축소하고 일자리, 복지, 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 사람 중심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필요한 곳은 늘리고 불필요한 곳은 쾌도난마처럼 줄여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예산”이라면서 “삽질 중심으로 국정농단을 양산한 최순실 예산이었던 전 정부와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공개된 2018년 예산안은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예산(12.9%)과 교육예산(11.7%)은 크게 늘어난 반면 SOC 예산은 20% 삭감됐다. 토목사업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에 무게를 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예산심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따로 꾸리고 ‘Q&A’ 설명자료를 제작하는 등 본격적인 예산안 홍보전에 들어갔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초선의원 연석회의에서 “국가 발전이나 SOC나 성장은 멈추고 남은 국가 예산을 전부 나눠 먹자는 식의 예산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메가톤급 포퓰리즘 정책을 하루가 멀다고 쏟아내면서 모든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만사세통’ 정부나 다름없다”며 “SOC 예산 축소는 국가의 장기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지방의 일자리 감축과 중소기업의 일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예상 성장률의 2배가 넘는 세수 증가율을 전제로 자원 조달계획을 마련한 ‘미션 임파서블’ 예산안”이라며 “‘퍼주기 복지’에 맞서 나라 곳간을 지키는 데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SOC 예산에 대한 야당의 파상공세를 두고 “도로 건설 등 의원들의 생색내기용 지역 민원사업 예산 확보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