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대조치 취해야" 추가제재 가능성 vs 러 "제재자산 고갈"
안보리 추가제재 이어질까… 中·러 확고한 반대로 '난망'
유엔 안보리가 29일(현지시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에 대응해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통상적으로 채택해온 언론성명보다 한 단계 격이 높은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번 도발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달 두 차례 발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보다는 사거리가 짧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동반한 강력한 경고에도 북한이 또다시 도발에 나선 데다 이번에는 일본의 미사일이 일본의 머리 위로 날아가 북태평양 상공에 떨어졌기 때문에 훨씬 더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 관심은 유엔의 추가제재 여부다.

통상적으로는 중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제재 결의까지 간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미국과 일본 등이 추가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실제 새로운 제재 카드를 빼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를 추진하면 지난 5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1호에도 넣으려다 실패한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금지나 동결수준에서 끝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의 전면금지 등과 같은 카드를 꺼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안보리의 비공개 긴급회의가 3시간 30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것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미국, 일본 등과 중국, 러시아 간의 치열한 격론 때문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가 능사가 아니라며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 앞서 "안보리가 중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뭔가 중대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를 제안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오늘 (회의에서) 우리의 모든 파트너와 얘기할 것이 많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우리와 계속 협력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경고함에 따라 유엔 안보리 차원은 물론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카드 가능성도 제기된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유엔주재 일본대사도 의장성명 채택 직후 '다음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부터 시작해서 다음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의장성명에 이어 강력한 (제재) 결의를 채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미사일이 머리 위를 통과한 만큼 제재 목소리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회의 소집 전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규탄하면서도 제재 카드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비판하면서도 "북핵 문제는 압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대화와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 역시 안보리 회의 직후 이날 한반도에서의 어떤 혼란이나 전쟁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도 이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석,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면 "대북 제재자산은 고갈됐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달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에 스스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힌 '화성-14형' 발사에 대해 추가제재를 하는 것에 반대 입장은 더욱 확고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추가제재 이어질까… 中·러 확고한 반대로 '난망'
(유엔본부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