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압박에… 대중 '저자세 외교' 논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외교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철저하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상대국 파트너의 직급과 영향력에 맞춰 인사를 내보내는 중국과 달리 우리 측은 최고위층이 너무 쉽게 중국 인사들과 접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중진의원은 일례로 지난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각각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를 들었다. 중국 대사관 주최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송영길 북방경제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추궈훙 중국 대사는 우리 입법부 수장과 청와대 최고위 인사 면전에서 “서로 마음을 놓을 수 있게 의구심과 경계심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에둘러 비판까지 했다.

같은 날 중국 베이징의 호텔에선 주중 한국 대사관 주최로 기념행사가 열렸다. 중국 측은 사드로 인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듯 완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겸 과학기술부장(장관)을 주빈 자격으로 보냈다. 완강 부주석은 중국 공산당 서열 25위 인사가 포진한 정치국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과 안보실장까지 참석해 ‘예’를 갖춘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의전이다.

이 중진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 대사관 행사에 국회의장과 안보실장이 다 가는 것은 모양새가 아니었다”며 “중국 측이 상무위원급도 아닌 인사를 참석시키면 우리도 거기에 맞는 인사가 참석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중 외교에서 좀 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에 와 있는 중국 대사가 우리 측 최고위급 인사들을 수시로 만나게 되면 중국 현지 외교라인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중국 대사 정도면 웬만한 한국 주요 인사는 모두 만날 수 있다고 중국 지도부가 생각할 텐데 그러면 정상적인 외교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날로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공세를 감안하더라도 “이럴 때일수록 더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