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싹쓸이냐, 야당 '안방' 사수냐… 지방선거 '물밑 전쟁' 시작됐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차출설과 관련, “차라리 안 대표의 고향이자 국민의당의 불모지인 부산시장에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조기 귀환으로 내년 6·13 지방선거의 물밑 경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권 빅뱅’을 예고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수도권은 물론 부산시장까지 석권하는 ‘싹쓸이’로 갈지, 자유한국당이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PK(부산·경남)를 사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개연성이 높다. 안희정 충남지사 등 차기 유력 주자의 거취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가 일찌감치 윤곽을 드러낼 수도 있다.

◆민주당 내 경쟁 더 뜨거운 수도권

최대 관심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 여부다. 박 시장은 “추석 전후에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 당내 도전자가 많다. 당장 4선인 박영선 의원이 출마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론되고 있고, 재선인 전현희 의원도 고심 중이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당에선 나경원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김황식·황교안 전 총리의 ‘차출설’도 나온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바른정당에선 당의 활로 모색을 위해 19대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 출마론이 나오고 있다.
여당 싹쓸이냐, 야당 '안방' 사수냐… 지방선거 '물밑 전쟁' 시작됐다
경기지사 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지사는 이미 재선 도전을 굳힌 상태다. 민주당에선 대선 경선에 나섰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전해철 의원이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안민석 의원과 최재성 전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당에선 원유철 홍문종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국민의당에선 김영환 전 최고위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자존심 걸린 호남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 쟁탈전도 관전 포인트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강기정 전 의원은 이미 시장 경선 출마를 굳히고 표밭 갈이에 나섰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장병완 의원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낙연 지사가 총리를 맡으면서 공석이 된 전남지사 후보에는 민주당에서 이개호 의원, 조충훈 순천시장,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주승용·황주홍 의원이 유력한 후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자신의 부인에도 출마설이 나온다.

◆승부처로 떠오른 부산시장

부산시장을 놓고 한국당과 민주당의 한판 대결이 관심을 모은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조국 민정수석, 오거돈 전 동명대 총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당의 유기준·조경태·김정훈·이진복 의원 등도 후보군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 선거의 향배도 관심사다. 한국당에선 이주영·박완수 의원과 안홍준 전 의원, 이창희 진주시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도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구시장 선거는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한국당 소속 권영진 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충청 강원 제주

충남지사 선거도 관심사다. 안희정 지사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지사 측근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안 지사의 불출마를 전제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나소열 전 서천군수와 복기왕 아산시장 등도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 후보로는 홍문표·이명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강원지사 선거는 민주당 소속 최문순 현 지사의 3선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고, 제주지사 선거는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현 지사의 재도전 가능성이 높다.

◆미니 총선 가능성

여야 의원들이 시장과 지사 선거에 대거 나서면 국회의원 보궐선거 규모도 10곳 이상이 될 수 있다. 현재 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은 노원병 한 곳이다. 1, 2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곳이 5곳이어서 재·보궐선거 지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광역단체장 선거에 의원들이 대거 합류하면 ‘미니 총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 지사는 재·보궐선거 지역이 확정되는 서울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시장이 여의도 입성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노원병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사람이 여의도 진출에 성공하고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시장의 거취에 따라 차기를 향한 민주당 내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