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군함 엄폐기동·스텔스 기능·상선 초대형화 등 지목

최신예 미군 이지스 구축함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군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함(DDG-56)이 지난 21일 싱가포르 동쪽 믈라카 해협에서 상선과 충돌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첨단 레이더 기능을 자랑하는 미 이지스함이 민간 선박과 충돌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매케인함 사고에 앞서 6월에는 미 해군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호가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미나미이즈초(南伊豆町) 주변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미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이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5월에는 순양함인 레이크 채플레인(CG 57)이 한반도 작전 중 소형 어선과 충돌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일부 스텔스 기능을 갖춘 군함의 은폐기능에다 최근 들어 초대형화되면서 긴급한 상황에서 민첩한 대응이 어려운 민간 상선의 한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에 따르면 모든 선박은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통해 자동으로 위치와 항로, 항속 신호를 지속해서 발신해야 하지만 군함은 이런 국제 규정으로부터 면제받는다.

군함도 AIS 장치를 장착하고 있지만, 일부러 끄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군함은 야간에 민간 선박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지도 않는다.

거의 모든 군함이 바다색과 구분이 어려운 회색인 데다 최근의 군함은 적이 쏘는 레이더 신호를 분산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기능들은 모두 군함의 특성상 적의 눈에 띄지 않는 은폐와 은밀한 기동을 위한 것이다.

당연히 민간 선박이 이런 군함을 발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매케인함과 피츠제럴드호 충돌사고 모두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다.

군함의 이런 특성 때문에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은 선박교통정보시스템(VTIS)에서 유조선만 탐지했을 뿐 매케인함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했다.

매케인함 충돌사고가 발생한 믈라카 해협과 같이 선박 왕래가 빈번한 지역에선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모든 선박은 일정한 반경 이내로 다른 선박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그러나 믈라카 해협같이 주변에 수도 없이 많은 선박이 다니는 경우에는 경보음이 쉼 없이 울리기 때문에 경보음 스위치를 일부러 꺼두는 경우가 많다.

많은 상선 전문가들은 매케인함과 같이 강력한 엔진과 최신 전자장비를 갖춘 군함이 민간 상선의 항로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면서 매케인함의 조타에 어떤 문제가 있었거나 함교에서의 소통 오류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간 상선이 초대형화되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인력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상선은 초대형화됐는데 인력은 기존 중급 화물선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상선의 초대형화로 긴급 상황 시 항로 급변 등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안츠의 해상 위험 컨설턴트인 앤드류 킨지는 "우리는 갈수록 더 큰 선박을 다루고 있다"면서 "(선박의 초대형화로) 제한된 수역에서는 활동반경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