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유교적 사회… 대통령이 기업인 위에 군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은 과거 봉건시대의 유교주의적 질서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교주의가 권력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면서 통치자의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제문제 전문가이자 저명 칼럼니스트인 호석 리 마키야마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벨기에 브뤼셀) 소장은 24일 온라인 뉴스 및 기고 전문 사이트인 ‘인사이드 소스’에 올린 ‘유교사상과 시장개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한국을 위계질서와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유교주의의 토대 위에 형성된 국가라고 전제한 뒤 이 같은 흐름이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시대에 들어서도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도 유교주의의 영향을 받아 경영권 상속이나 종신고용을 관행적으로 이어왔다”는 것이다.

리 마키야마 소장은 “과거 유교 사회에서 관료들이 최고의 엘리트 계층을 이루고 상인들은 최하층에 위치한 것처럼 박정희 정권 아래서도 한국 재벌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내면서 사업을 유지해왔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를 갖고 있음에도 정권마다 뇌물 스캔들에 휩싸였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대기업들에 돈을 요구해 탄핵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후계자인 이 부회장도 박 전 대통령 ‘절친’의 딸에게 승마훈련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 마키야마 소장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삼성의 지원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과 연결돼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을 수 있음에도 한국의 가장 성공한 경영인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는 이에 대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재벌에 대해서도 “스웨덴과 스위스, 대만처럼 경영권이 세습되는 대기업이 수출을 주도하는 경제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의 성장은 부정부패가 아니라 수출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의 모든 지도자들은 유교주의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자신의 개인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정치적 무기’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아 재벌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수동적으로 듣고 있는 기업인들의 모습 역시 한국의 유교적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