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차 산업혁명의 엔진, 개발자
약 한 달 전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 운영을 이끌어 갈 100대 국정과제를 공개했다.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인으로서 아무래도 정부의 정보통신기술 정책에 가장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눈길을 끈 내용은 ‘소프트웨어 강국, 정보통신기술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이나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 및 육성’, ‘청년과학자와 기초연구 지원으로 과학기술 미래 역량 확충’ 등이었다.

고객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가 활용되지 않는 산업은 없다. 클라우드가 기업 인프라를 대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이 의료와 유통, 금융 등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된 만큼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인적 요인’이다. 인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기 위해 치열한 ‘인재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를 위한 앱(응용프로그램)이나 기업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단하다.

IBM만 하더라도 개발자에게 AI 및 클라우드 기술과 관련해 4만여 회가 넘는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더 쉽고 빠르게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오픈 소스 기술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개발자야말로 기술과 가능성을 결합해 기업과 사회의 혁신과 변화를 끌어내는 엔진이라 믿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2000만 명이 넘는 개발자가 유통, 의료, 법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2018년까지 개발자의 75%가 자신들이 개발하는 앱이나 솔루션에 AI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에는 33만여 명의 개발자가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인도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새 정부가 이 많은 국내 개발자에게 AI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토대로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산업이 다시 한 번 꽃필 수 있기를, 또한 국정과제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화진 < 한국IBM 사장 kgm@kr.ib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