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골프 슈퍼스타 탄생 '11년 주기설' 솔솔~
스포츠계에 ‘주기설’이 심심찮게 떠돈다.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8년에 한 번꼴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월드컵 8년 주기설, ‘괴물 신인’이 10년마다 한 명씩 등장한다는 야구계의 10년 주기설 등이 대표적이다.

1986년 한국 축구는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선 2무1패를 기록해 당시로선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8년 뒤인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과 2010년 첫 원정 16강 진출 등이 이어지면서 이 주기설은 그럴듯하게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또 다른 8년 뒤인 2018년 월드컵 때는 ‘뭔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야구는 1986년 MBC 루키 투수 김건우(신인 최다승 18승)를 시작으로 10년 뒤인 1996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 신인 박재홍(입단 첫해 30-30가입)의 출현, 그리고 역대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받는 2006년 류현진(당시 MVP, 18승 다승왕, 신인왕) 등이 10년 주기를 잇는 대형 스타들이다. 야구계는 지난해 특별한 신인을 배출하지 못하자 10년 주기의 명맥이 끊겼다며 아쉬워하는 눈치다.

요즘 여자골프계에선 11년 주기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시작은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40)다. 1977년생인 박세리는 1996년 프로로 데뷔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4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5승 등 프로 통산 39승을 올리며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박세리가 나홀로 11년 주기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면, 그의 뒤를 잇는 열한 살 아래 후배 1988년생들은 ‘여럿이 함께’ 최강 K골프의 계보를 잇고 있다. 1988년생은 유독 여자골프계에 많은 별들을 배출했다. 박인비, 신지애, 김인경, 이보미, 김하늘 등이 대표적인 88년생 동갑내기다. 이들 다섯 명이 국내외 무대에서 합작한 승수만 118승에 달한다.

11년 주기를 잇는 막내 그룹이 1999년생이다. 대표주자가 24일 만 18세 1일로 프로로 전향한 ‘특급 고교생’ 최혜진(19·학산여고3)과 또 다른 ‘고교생 괴물’ 성은정(19·영파여고3)이다.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자 세계 아마추어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아 차세대 K골프의 계보를 이을 선두주자로 꼽힌다. 최혜진이 올 시즌 프로 무대에서 2승을 올리며 특급 루키로 떠오른 사이 ‘괴물 아마’ 성은정은 US주니어아마추어와 US여자아마추어를 모두 석권하며 국제 아마추어 무대를 통해 차기 스타골퍼 예약을 마쳤다. 성은정은 2015년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4라운드 17번홀까지 3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러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성은정 측은 “프로 전향을 서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