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은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의 ‘2016년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49만6048명이 도시의 삶을 버리고 농촌에서 새 터전을 일궜다.

이처럼 도시의 삶에 지쳐 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점점 늘어나지만 귀촌을 결심하기 전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귀농 가이드 책’에 비해 많지 않다. 귀촌을 결심하기까지 4년, 촌에 집을 구하기까지 다시 9개월이 걸렸다는 시인 남이영 씨(사진)가 자신의 귀촌 분투기와 노하우를 담은 책 《귀촌에 투자하라》(DSBOOKS)를 펴냈다.

남씨는 ‘귀촌 전도사’다. 그에게 귀촌에서 제일 좋은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마음의 여유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웃음이 나요. 요샌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려요. 내가 노래를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지 시골에 와서야 알았다니까요. 도시에선 늘 마음이 조급하고 일에 쫓겨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시골에 와선 ‘바쁘다’는 말을 한 번도 써보지 않았습니다.”

귀촌을 고민하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연고도 없고 일자리도 적은 시골에서 어떻게 돈을 벌까. 그렇지만 남씨가 귀촌을 결심한 건 오히려 생활비 때문이다. 서울에서 ‘카드 돌려막기’를 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씨는 “내려가서 생활하니 생활비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온갖 제철 야채를 마당 텃밭에서 길러 먹는다. “도시에선 아무리 쪼들려도 카드를 긁지 않으면 생활이 안 돼요. 이곳으로 오니 슈퍼마켓에 가지 않은 지도 한참 됐습니다. 사고 싶은 것도 없어요. 올려다본 하늘이 아무리 예뻐도 ‘하늘을 사고 싶다’는 마음은 안 들잖아요?”

귀촌 전도사인 그이지만 누구에게나 귀촌을 권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나는 최소한 두 달을 혼자 지낼 수 있는 사람인가’ ‘사람들의 관심이나 간섭에 잘 대응하는 편인가’라고 질문해보세요. 두 질문 중 한 가지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귀촌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귀촌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이주하기 전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시골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 시골 이웃의 텃세를 극복하는 방법은 꼭 알고 가야 한다.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만 안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게 시골 인심이에요. 도시 사람들은 은근히 촌사람을 무시하는데 오히려 그들이 더 알부자인 경우가 많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만 잘 한다면 시골에서의 삶은 생각지 못한 여유와 행복을 가져다줄 겁니다.” (302쪽, 1만6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