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 주가가 기대작인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흥행에도 바닥권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주로서 받은 ‘중국 프리미엄’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역풍을 맞은 데다 해외 배급사의 거센 도전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쇼박스는 24일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90원(1.54%) 하락한 57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25일 8680원을 기록한 이후 33.7% 고꾸라졌다.

쇼박스 주가는 비수기인 1분기 부진하다 여름 들어 강세를 보이는 패턴을 수년간 반복했다. 보통 여름에 개봉하는 ‘텐트폴(한 해 개봉작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 영화가 흥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관객 수 1270만 명을 기록한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이 개봉했던 2015년 7월 이 회사 주가는 5000원대에서 9770원(7월27일)까지 올랐다. 작년 8월에도 ‘터널’(감독 김성훈)이 관객 712만 명을 모으면서 6000원대였던 주가가 868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23일 기준 1074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관람객 1000만 명을 기준으로 쇼박스는 70억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음달 개봉 예정인 설경구 주연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손익분기점만 돌파하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쇼박스 주가 발목을 잡는 건 지지부진한 중국 시장이다. 지난 2분기 중국의 투자·배급사 화이브라더스와 손잡고 낸 첫 합작영화 ‘뷰티풀 액시던트’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후속 작품도 사드 역풍 속에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배급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