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중국의 기업과 기업 사이(B2B), 기업과 소비자 사이(B2C)의 거래비용을 줄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작년 11월 중국 광군제(光棍節) 행사 모습.  AP연합뉴스
알리바바는 중국의 기업과 기업 사이(B2B), 기업과 소비자 사이(B2C)의 거래비용을 줄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작년 11월 중국 광군제(光棍節) 행사 모습. AP연합뉴스
매년 4월 열리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는 수천 명이 참가한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가족들도 함께 온다. 대회 기간 참가자들과 가족들이 머물 장소가 필요하다. 보스턴의 호텔 방은 한정돼 있다. 과거에는 미리 숙박 계획을 짜지 않은 사람들은 호텔 방을 잡느라 고생했다. 한 대회 참가자는 지역 생활정보 사이트에 “달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컨디션도 좋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책마을] '불가능해 보이는 짝짓기' 해낸 기업, 시장을 지배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어려움은 거의 해소됐다. 2016년 대회 때는 보스턴 거주민 수천 명이 선수들과 가족들을 위해 방을 제공했다. 에어비앤비에 빈방과 가격을 정리해서 올렸다. 에어비앤비 덕분에 선수들은 이전보다 편리하게 많은 선택지 속에서 원하는 조건의 숙소를 찾았고, 보스턴 사람들은 부수입을 올렸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에어비앤비 같은 ‘매치메이커(matchmaker)’가 시장에서나 일상에서나 가장 가치가 높고 유망한 사업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다면 플랫폼(multisided platform) 경제학’의 선구자인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에반스와 리처드 슈말렌지는 다양한 고객 집단이 모이는 현실 또는 가상의 플랫폼을 구축해 연결성과 접근권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사업모델을 매치메이커라고 부른다. 이들에 따르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텐센트, 비자, 마스터카드 등 세계 거대 기업 중 상당수는 매치메이커다. 에어비앤비, 우버, 스포티파이 등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유니콘(창업 10년 이내에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은 신생 벤처기업) 10곳 중 7곳도 매치메이커다. 매치메이커들은 세계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일부 신산업을 창조하고 기존 산업들을 도태시키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보다 편안하고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에반스와 슈말렌지는 함께 쓴 《매치메이커스》에서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된 ‘다면 플랫폼 경제학’의 개요 및 전통 경제학과 다른 점, 매치메이커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핵심 개념과 전략 등을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매치메이커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참가자 사이의 마찰(거래비용)을 줄여 가치를 창조한다. 해결해야 할 마찰과 갈등이 중요한 것일수록, 갈등을 줄이는 데 큰 성공을 거둘수록 거래 당사자들에게 큰 가치를 제공한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기업과 기업 사이(B2B), 기업과 소비자 사이(B2C)에 존재하는 거대한 마찰을 성공적으로 줄임으로써 아마존과 이베이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로 성장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중국의 아마존 또는 이베이’가 아니라, 중국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기업이다. 알리바바만이 B2B와 B2C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성공한 가장 큰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중국 유통시장과 인프라가 미국보다 훨씬 낙후돼 있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문제가 아니던, 중국만이 가진 ‘신뢰와 소통 부족’의 문제(마찰)를 제대로 발견하고 플랫폼에서 해결해 나가면서 진화했다.

반면 2000년 시장조사업체들이 5년 이내에 연간 4조~6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 미국 B2B 전자상거래 시장은 ‘닷컴 거품’이 꺼진 2001년 이후 ‘대량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에선 적어도 기업 간 거래에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끼어들어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미국에서 애플페이 등 모바일 결제 플랫폼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마찰 감소의 가치가 크지 않다는 데서 찾는다. 미국인들에게 결제 시간을 단 1초 아끼기 위해 플라스틱 카드 대신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하는 건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매치메이커 사업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기업가라면 플랫폼이 어떤 마찰을 줄여줄 것인지,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는지, 그럼으로써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그로 인해 지속 가능하고 이윤이 나는 사업을 점화시키는 데 충분한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저자들은 플랫폼 참여자들의 ‘임계량’ 확보 전략, 가격 조정으로 가치와 이익을 균형있게 창출하는 설계 방법, 고객의 상호작용과 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 방안 등을 성공·실패 사례를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한다. 초연결 사회에 접어들면서 더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과 운영 원리, 작동 방식, 발전 방향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