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 '그린카드 문턱' 높인 미국이 잃는 것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간 100만 건 수준인 ‘그린카드(영주권)’ 발급 건수를 50만 건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린카드를 발급할 때도 노동 숙련도를 핵심 잣대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접근법은 절반만 옳은 것이다. 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주권 발급 건수를 줄이면 미국 경제는 그만큼 성장의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column of the week ] '그린카드 문턱' 높인 미국이 잃는 것들
이민을 통한 노동력 유입이 없으면 미국은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데 충분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방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향후 30년간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함에 따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비중이 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모두 합치면 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이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정지출 비중이 이처럼 높아지면 경제 성장 속도는 심각하게 둔화될 공산이 크다. 젊은 세대들이 베이비 부머에게 지출하는 과도한 정부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앞으로 10~15년 이후에 미국의 경제 규모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단순히 베이비 부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강력한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빠른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 고급 인재들의 이민을 받아들여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혁신이 경제 성장의 주된 동력이라면 고급 인재는 혁신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위 5% 고급 인재들의 숫자를 현재보다 두 배로 늘리면 미국의 경제 성장률도 지금보다 두 배 높아질 것이다. 현재 미국의 전업 노동자 숫자는 약 1억2500만 명이다. 상위 5% 노동자 숫자는 600만 명 정도다. 미국은 연간 100만 건의 영주권을 발급한다. 이민자 수를 늘리는 것은 미국 내 고급 인재 숫자를 두 배로 늘리는 단기 처방이 될 수 있다.

국내 노동 인력과의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엔지니어만을 뽑아올 수도 있다. 미국 학교에서 최고의 인재들은 갈수록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분야를 기피하고 있다. 대신 법학과 경영학을 선호한다. 미국이 일본, 유럽에 비해 더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초과학·기술분야와 경영학 분야를 균형 있게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기초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지속하면서도 경영분야에서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원격’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스카이프’ 등을 통해 본사와 소통하면서 일한다. 이런 형태의 고용은 미국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외 고용 인력은 미국에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인력들이 내는 세금이 필요하다.

이민 확대 없이 미국 자체적으로 고급 인재를 충당하자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기업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데려다 쓰기를 원한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이 과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 미국 대학들은 수십 년에 걸쳐 노력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상당수 고급 인재는 우선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분야를 기피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일부 학문적 성취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산업계로 확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은 바로 지금 경제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사실 미국은 우수한 인재가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25%만이 해당 산업분야의 노동 숙련도 비교에서 글로벌 ‘톱3’에 올라 있다. 반면 45%는 하위 3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독일은 이 비중이 비슷하다. 글로벌 톱3에 포함된 근로자 비중이 미국의 두 배에 달한다. 일본은 미국의 5배다. 고급 인재 부족은 저숙련 노동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혁신적인 제품을 설계하고, 제품 생산 과정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인재가 부족하면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들은 생산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지역은 전문가들 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고급 인재들은 그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한다.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고급 인재를 늘리는 것은 미국의 평범한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넓은 인재풀(pool)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모든 이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베이비 부머들이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원제=America’s Got Talent, but Not Nearly Enough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에드워드 코나드 < 미국기업연구소(AEI) 객원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