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재단, 조사권 지닌 진상규명특별위 설치 강조·군 관계자 양심선언 호소
"신군부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진상규명 요구하는 각계 목소리 잇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공습 계획을 특별조사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5·18기념재단은 23일 "국회도 5·18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에 발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5·18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대통령 지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의지 표명"이라며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다"라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군은 과거에도 5·18 관련 기록을 폐기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했다"며 "조속한 특별법 처리로 조사권을 지닌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18 진실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던 군 관계자의 양심선언도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상임이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이 왜 그렇게 무자비한 방법으로 시민을 학살했는지 스스로 밝혀주기를 바란다"며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공개해달라"고 당부했다.

5·18 당시 시민군 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의 원형복원을 촉구하는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신군부의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며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 실체적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절실한 이유"라고 목소리 높였다.

대책위는 "광주공습 계획뿐만 아니라 발포명령자, 행방불명자 암매장지, 헬기사격 등 남은 진실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최경환(광주 북구을)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5·18 특별법이 통과돼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발표해 "대통령 특별지시는 5·18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 광주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약속의 이행"이라며 "국방부는 철저히 조사하고 국회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도 성명을 내 "소문으로만 떠돌던 광주공습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만 학살 책임자의 입을 통해 밝혀진 진실은 없다"며 "국방부는 관련 군사작전 기록물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5·18 당시 공군 전투기의 출격대기 명령 여부와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1980년 5월 지상공격용 폭탄을 전투기에 싣고 광주로 출동한 준비를 했다는 당시 공군 조종사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신군부 광주공습 계획은 그 전까지 5·18 당시 광주에서 활동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전언, 미국 평화봉사단원 팀 원버그가 작성한 일지 등을 통해 소문으로만 전해졌다.

5·18 역사현장인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최상층에서는 광주시 의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현장조사에서 헬기사격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총알 자국이 올해 초 다량 발견됐다.
1980년 5월 당시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암매장 등을 조사해 미완의 5·18 진실을 밝혀내도록 규정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은 지난달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