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 드라이브’가 지방재정 분권 논의를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목표로 현재 8 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세수 비율을 임기 내 6 대 4까지 바꿔놓겠다고 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재정 재구조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복지와 관련한 재정 분담 논의가 지방재정 분권 협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넘기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체 재정이 빠듯한데 중앙정부가 지자체 부담이 수반되는 각종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뚜렷한 재원 대책 없이 선심성 복지 정책을 쏟아내면 지방 재정은 더 악화해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22% 수준으로 올리고 11%에 불과한 지방소비세율을 20%로 올리는 정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가 도로·철도 건설 등 지자체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도로와 터널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많은 경상남도가 대표적이다. 경상남도는 함양~울산 고속국도 건설(4000억원), 거제~마산 국도5호선 건설(600억원), 석동~소사 도로 건설(435억원), 매리~양산 국지도60호선 건설(300억원), 마산로봇랜드 조성(259억원) 등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사회복지 분야 지원을 확대하려면 어느 한쪽은 줄여야 할 것 아니냐”며 “정부가 내년 SOC 집행예산 규모를 20% 삭감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와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복지예산 분담 논의는 재정분권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충청남도 관계자는 “세수는 고정된 상태에서 지방정부의 매칭비가 늘어나 지방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참에 대통령 공약인 재정분권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방재정 분권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열린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 보고를 받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이례적인 질책을 했다. 이 총리는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이제까지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곤란하다”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함께 갈 수 있는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전국 종합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