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지난해 ‘남성 의무 육아휴직’ 도입을 제안했다. “회사 눈치 보느라 육아휴직을 잘 못 쓴다”는 남자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롯데는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급변하는 유통업 환경에 적응하려면 창의적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올초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남자 직원도 최소 한 달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했다. 육아휴직 첫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했다. 올 들어 7월까지 420명이 이 제도를 활용했다. 한 달 평균 60명에 이른다. 작년 월평균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15명)의 네 배로 늘었다.

롯데는 이 위원회를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창구로 강화하기로 하고, 명칭을 기업문화위원회로 바꿨다. 지난 18일 열린 첫 회의에서는 ‘역멘토링’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멘토링 제도가 후배 사원을 상대로 선배 사원이 조언해주는 것이라면 역멘토링은 반대로 경영진이나 직속 상관 등을 상대로 후배 사원이 제안과 조언을 한다. 경영진과 간부급 임원이 젊은 직원들 사고를 공유하고 최근 트렌드를 익히는 게 목적이다. 젊은 직원이 기존 롯데 문화에 젖어 창의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롯데는 역멘토링 제도 정착을 위해 연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주요 계열사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평가와 보완 과정을 거쳐 모든 계열사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롯데 계열사 내 ‘창의적인 휴게공간 배치’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창의적 사고를 돕기 위해선 임직원 간 소통이 더욱 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통 임원 방이 있는 창가 ‘명당자리’를 직원 휴게실로 내준 롯데물산을 우수 사례로 선정하고 전 계열사가 벤치마킹하도록 했다.

기업문화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롯데주류 롯데제과 등 계열사 직원 20여 명에게 애로사항도 들었다. 직원들은 ‘계열사 간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공간을 마련해 달라’ ‘피인수된 기업이 롯데 기업문화에 빠르게 융합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자’ ‘일부 계열사에서 시행 중인 우수 복지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자’ 등의 의견을 냈다. 위원회는 이들 의견을 검토한 뒤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공동 위원장인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과 이경묵 서울대 교수, 대리급 직원이 참여하는 주니어보드 대표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황 사장은 “임직원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장, 원활한 소통과 창의적 사고가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1기 위원회는 남성 의무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게 조정하는 ‘유연 근무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사내벤처 프로젝트’, 퇴근 시간 이후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 등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