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난 2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연 ‘이천포럼’ 개막사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65)이 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이 비즈니스 통찰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직접 제안해 마련한 행사였지만 사촌 형인 최 회장에게 개막사를 양보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아들로 현재 SK가(家)의 맏형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종건 창업주의 동생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장남이다. 최종현 회장은 1973년부터 형의 뒤를 이어 SK그룹 경영을 맡아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그룹의 양대 성장축을 확보했다.

이날 포럼에는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53)과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54)도 참석하는 등 SK가 사촌 4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그룹의 혁신 노력에 힘을 보탰다. 최신원 회장은 행사장 맨 앞줄에 앉아 국내외 석학들의 강연을 메모까지 하며 경청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도 오후 세션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참석했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와 최종현 회장의 각별한 우애가 자손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현 회장은 생전에 “내 아들은 다섯 명이다.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아들이든, 조카든 가리지 않고 경영을 맡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실제 최 창업주의 윤원(2000년 작고)과 신원, 창원 3형제와 자신의 태원, 재원 형제를 차별 없이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 회장이 1998년 타계한 뒤 경영권을 놓고도 사촌 간 분쟁이 없었다. 최 창업주의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은 가족회의에서 “그룹은 손길승 회장이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고 2세 중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가족 대표로서 그룹경영에 참여한다”고 결정했다. 창업주의 장자로 그룹 회장 자리에 욕심을 낼 법했지만 사촌 동생인 최태원 회장을 추대했다.

끈끈한 우애는 향후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지분 관계가 없으면서도 SK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