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탐지시스템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함(DDG-56)의 유조선 충돌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미 해군이 의도적인 충돌 가능성을 제기할만한 정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도적인 충돌이라고 볼만한 어떤 징후도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총장은 이어 "해군은 훈련부터 레이더 전파교란, 사이버 교란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점검할 것"이라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작전을 보장하기 위해 1∼2일간 작전 중단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존 S. 매케인함(DDG-56)은 전날 싱가포르 동쪽 믈라카 해협에서 총중량 3만t 규모의 거대한 유조선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수병 10명이 실종됐고 5명이 부상했다.

또 사고 구축함은 좌현 선미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서 일부 격실이 침수되는 큰 피해를 봤다.

지난 6월 일본 해역에서 발생한 피츠제럴드함의 컨테이너선 충돌에 이어 불과 2개월 사이에 또다시 이지스함의 상선 충돌사고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두고, 의도적 충돌설부터 기강 해이 설까지 다양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RSIS)의 군사 전문가인 버나드 루 교수는 "이전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람의 실수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첨단 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하면서 안전한 항해에 필수적인 기본 조종술 등을 소홀히 한다는 문제점은 이미 미 국방부에서도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IHS 제인스의 리즈완 라맛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 일간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초기 분석 결과만 놓고 보면 매케인함이 싱가포르해협에 적용되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통상 붐비는 해로에 근접하는 선박은 충돌 방지를 위해 한쪽 방향으로만 항행할 수 있도록 항로를 분리하는 '통항분리방식'(TSS)의 통제를 받는데, 매케인함과 충돌한 유조선은 이 방식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케인함이 북한과 일본, 남중국해 등을 오가면서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지, 지역 내 미군의 작전 템포가 과도하게 빨라졌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군 장교 출신의 RSIS 연구원인 창준얀은 "미 구축함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최근 사고를 보면 피츠제럴드호가 컨테이너선에 항로를 양보해야 했지만, 컨테이너선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