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요타의 자동차 판매량은 1017만5000대. 이 중 794만 대(78%)가 일본 밖에서 팔렸다. 1031만 대를 판매한 폭스바겐그룹에 1위 자리를 4년 만에 내줬지만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자동차 업계에서 선두다. 노사관계, 도요타 가문과 전문경영인의 협력, 생산 혁신, 글로벌 전략 등 ‘도요타식 경영’은 지금도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도요타의 경영 방식은 자주 굵직한 혁신형 뉴스거리가 된다. 이달에 나온 ‘재량 노동제’도 그렇다. 법정 근로시간 이상 일한 근무자에게 시간에 비례해 지급해 온 초과근무 수당을 월 45시간까지는 동일금액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계장·대리급 이상 7800명이 적용 대상이다. 초과근무를 없애고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단순히 근무시간에 비례한 임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임금 유연성’을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엊그제는 ‘카셰어링(차량공유)’ 실용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하와이에서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카셰어링이 자동차 신차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도요타는 이미 우버에 1억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도요타의 많은 성과 중 다른 기업들이 먼저 관심 가질 부분은 원가절감일 것이다. 80년 된 거대한 제조업체가 애플 구글 삼성전자 같은 IT(정보기술) 거대기업들에 쉽게 밀리지 않는 저력은 원가절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낭비 제거와 ‘오베야 방식’이 원감절감을 지향하는 도요타 혁신의 힘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오베야’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큰 방’을 의미하는 일본말이다. 신차 개발 또는 현장 개선 때 관련 부문이 한 공간에 모여 투명한 정보 공유 및 즉석토론으로 신속하게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베야 방식이다.

이 진단은 《도요타의 원가》(한경BP,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옮김)라는 호리키리 도시오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의 신서(新書)에 잘 나타나 있다. 오베야 방식을 도입한 할리데이비슨이 신형 모델 개발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것과 보잉이 생산성을 높인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낭비 파악과 예방도 중요하다. 1966년 도요타에 입사한 호리키리 회장은 도요타가 싸워 온 낭비로 7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과잉 생산, 작업 대기, 운반, 재고, 동작, 불량품의 낭비 외에 부가가치가 없는 가공에 의한 것까지 낭비의 양상도 다양하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도 실업률 3%로 완전고용 단계에 있는 일본 경제의 비결을 도요타 같은 혁신 기업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매출 대비 일자리가 많은 자동차산업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 있다. 한국 자동차회사들도 도요타의 원가 전쟁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