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에 소형화 핵탄두 장착·실험땐 美 군사개입 있을 수밖에"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8일 문 대통령의 전날 '레드라인(금지선)' 발언과 관련해 "(미국과) 동맹으로서 위협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그런 말씀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날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한반도평화포럼 등이 개최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기념 학술회의에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소형화해 장착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실험을 한다고 하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바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 어떻게 평화를 지켜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 1세션에 사회자로 참석한 문 교수는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관련 언급이 '친미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지적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교수는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에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어떤 조건 하에서 미국이 당신들(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겠느냐, 그것을 레드라인이라고 (한 것으로) 건설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도 말했다.

그러나 패널로 참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ICBM에 대한 얘기를 레드라인이라고 말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문 대통령 발언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나서서 그런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도 나왔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초 독일 한·미·일 정상 회동을 계기로 발표된 3국 공동성명에 '한미일 안보협력 발전'이 담긴 것을 들며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전초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한미동맹에서 주력군은 한국군이 되는 것"이라며 "한국군이 좀 더 자주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한미일 3국의 공조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문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한다'는 대목이 담긴 것이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에도 본인의 해석을 전제로 "오히려 트럼프의 미국이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국제규범은 중국만이 아니고 모든 국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현 정부 정책과 관련, "(대통령의) 선언적 말씀과 구체적 정책 사이의 불일치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에 우리 정부가 '제재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 교수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제재일변도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을 선언하고 다른 형태의 정책 조합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