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 광경이 있다. ‘도로 위에 흰 차나 검은 차밖에 안 보인다’는 점이다. 해외에 가면 빨간색, 파란색뿐 아니라 노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을 띤 차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이런 차를 보기 어렵다. ‘오래 타려면 무난한 색이 낫다’ ‘흰 차가 중고차값을 잘 받는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가 이 같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코나 구매자 중 남색, 빨강 등 유채색 계열 색을 선택한 소비자가 전체의 4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은색·흰색·회색 등 무채색 비중이 90%를 넘는 대부분의 다른 차종들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고 차량을 분석한 결과 코나는 무채색이 57%, 유채색이 43%였다. 같은 조사에서 최근 8개월 연속 1만 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운 그랜저는 무채색 비율이 96%에 달했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준중형 SUV 투싼도 무채색이 96%였다. 스테디 셀링 모델인 아반떼도 무채색 비율이 95%로 높았고 쏘나타도 94%가 무채색이었다. 싼타페가 무채색 78%, 유채색 22%로 유채색 선호도가 그나마 비교적 높았다.

유채색 컬러를 입은 코나 중에선 푸른색 계열의 인기가 높았다. 유채색 선택자 중 53%가 ‘세라믹 블루’를, 31%가 ‘블루 라군’을 선택했다. 이어 붉은색 계통인 ‘탠저린 코멧’(10%)과 ‘펄스 레드’(5%)가 그 뒤를 이었다. 노란색인 ‘애시드 옐로’ 선택 비율은 3%였다.

현대차는 코나의 유채색 선택 비중이 높은 이유로 성별·연령 등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전통적인 요인들을 벗어나 현재를 즐기고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했다.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관계자는 “코나는 나이를 넘어 ‘젊음’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목표로 출시했다”며 “이런 소비자가 자기 개성을 자동차 컬러로 나타낼 수 있도록 색 선택의 폭을 넓혔고 주행 성능과 상품성 등에서도 역동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코나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출시 전 서울 잠실야구장 내야석 앞 잔디에 ‘KONA’를 새겼다. 역동적인 성향의 야구팬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였다. 또 출시 행사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청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젊은 이미지’의 차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코나는 출시 이후 30영업일 만에 누적 계약 1만 대를 돌파했다. 올해 판매 목표인 2만6000대의 40%를 달성한 셈이다. 7월 판매량은 3145대로, 4479대를 판매한 쌍용차 티볼리에 1300여 대 뒤졌다. 다만 롱보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뺀 일반 티볼리 판매량은 2994대라는 점에서 코나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