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
"성과급 격차 완화하고 기관·그룹별 성과급 생각"
"공무원 증원으로 공시생 증가…민간이 많이 뽑아야 해소"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18일 "공무원 시험과목을 모두 합하면 300개가 넘는다"며 "과목을 정리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다 안 되면 민간기업 시험에 써먹게 시험과목의 호환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인사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구상을 밝혔다.

지난달 12일 취임한 김 처장은 이날 변화의 '큰 틀'을 제시한 데 이어 구체적인 방안은 취임 100일이 되는 10월 19일 무렵 '인사혁신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김 처장은 "올해부터 7급 국가공무원 필기시험 영어 과목이 토익·토플 등 영어 성적표 제출로 대체된 것처럼 공무원 시험과목의 민간 호환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복잡한 선택과목들은 유불리가 없도록 조정하고, 면접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 강화방안의 하나로 기존 과천분원(구 중앙공무원교육원)을 면접장으로 리모델링해서 활용할 생각이다.

김 처장은 '공무원 증원이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을 더 양산한다'는 비판에 대해 "공무원 증원은 실업 체감률이 22.6%로 아주 심각하다는 전제에서 나왔다"며 "공직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면 공시생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 해결은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무원 증원은) 정부가 모범 고용주로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민간이 많이 뽑아야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사람 중심·인간존중의 인사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이름에 '혁신'이 들어간 부처로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채용에서부터 퇴직까지 공무원 인사관리 전반에서 기회는 평등한지, 과정은 공정한지, 결과는 정의로운 것인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겠다"며 "블라인드채용 강화, 시험과목 개편 등 공무원 선발시스템을 개편하고, 민간 인재의 공직유입을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블라인드채용'이라는 단어가 이미 굳어져서 바꿀 수는 없지만 '깜깜이 채용'이라는 오해가 없도록 '직무역량 중심 채용'이라는 부제를 항상 붙여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할당 채용은 역차별'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김 처장은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의 경우 합격자 가운데 지방 출신이 일정 비율에 이르지 못하면 추가로 더 뽑는 제도"라며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지방별 인원 할당이 있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고시는 좋은 전통이다.

고시제도를 폐지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굳이 좋은 전통을 폐지해야 하나 싶다.

개선해서 계속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고시로 선발하는 것 외에 경력채용, 민간경력자 채용, 개방형 직위채용도 많이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공무원 성과급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5급 이상 관리자부터 고위직까지는 성과연봉제를 세련되게 개선할 필요가 있고, 6급 이하까지 확대하진 않을 것"이라며 "성과급 격차를 조금 완화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 경우 '갈라먹기'를 한다든지 이런 건 개선하기 위해 기관별 특성에 맞게 맞춤형 성과급제를 만들거나 개인별이 아닌 그룹·부서 단위 성과급제를 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수용도가 높아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이밖에 위법·부당한 인사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퇴직공직자의 전관예우 및 민관유착 근절방안 마련, 여성·장애인 등 소수계층에 대한 균형인사 활성화, 비공무원에 대한 보수·교육훈련·복무 등 차별적 요소 해소를 약속했다.

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전문직 공무원제도를 강화하고, 성과에 부합하는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공무원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에 가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보면 한국의 행정시스템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며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 같은 건 세계적으로 훌륭하고, 연금개혁, 개방형임용, 인재DB 같은 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우리의 인사행정을 '한류' 아이템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