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떼창' 청와대 앞 시위…항의하니 "꼬우면 이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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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효자동 주민, 청와대 앞길 개방 후 첫 반대 시위


◆집회 월 100건… “사람 사는 곳이냐”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일대에서 신고된 집회·시위 건수는 102건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 신고 집계는 같은 시위대가 참여하는 장기 집회를 1건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실제 집회는 훨씬 많다”며 “대략 30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집회당 참가자 수는 최소 수십 명에서 많게는 6000명에 달한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시위대가 길을 막으면서 동네 가게 손님도 뚝 끊겼다. 효자치안센터 인근에 지난해 개업한 한 빵집 주인은 “매출이 ‘0원’인 날이 많다”며 “곧 가게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장사를 접은 ‘골목 상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빵집 바로 옆의 1층 꽃집은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인근 상인 윤모씨(44)는 “매일 수백 명이 가게 앞 도로를 점거하다시피 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중가요 ‘떼창’…“지하철 소음 맞먹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측정한 집회장 주변 소음은 환경정책기본법과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상 소음환경기준인 주간 65데시벨(dB)을 훌쩍 넘었다. 시위대는 확성기·마이크를 사용하거나 민중가요를 ‘떼창’하기도 한다. 주민 조모씨(43)는 “지하철 승강장 평균 소음이 69.1dB”이라며 “주민들은 항상 지하철 승강장 안에 살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갈수록 과격해지는 시위로 인한 위협도 크다. 16년째 효자동에 살고 있는 김모씨(54)는 “시위대가 좁은 골목마다 행진하며 ‘이석기 석방’을 외치고 담벼락에 술병을 버리거나 노상방뇨까지 한다”며 “정든 동네를 떠나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라면 이사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집회 총량제라도 실시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달 20일 종로경찰서에 1차 탄원서를 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집회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 달라는 취지”라며 “호소문을 토대로 2차 탄원서를 작성해 청와대·국회·경찰청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술병, 노상방뇨… 장애인 안전 위협
장애 학생들까지 시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청운효자동 관내에는 장애인 520명이 살고 있다. 주민센터 건너편 푸르메센터는 종로구에 있는 유일한 장애인 복지관이다. 발달장애·지체장애인 등 500여 명이 매일 찾는다. 시위대 소음은 이들에게 큰 장애물이다. 시위대 소음 때문에 장애인들이 길을 찾지 못하거나 무단횡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교동에 사는 김모씨(31)는 “얼마 전 한 시각장애인이 집회를 피하려고 차도로 가는 걸 보고 아찔했다”며 “이러다 사람이 죽으면 시위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앞길 개방을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시법은 “주거 지역이나 이와 비슷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학교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지난 6월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경찰이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느슨한 집회관리 방침을 유지하면서 집시법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